28일 벌어진 여자월드컵에서 북한은 FIFA 랭킹 1위인 최강 미국에 0대2로 패했다. 많은 한인들은 북한과 미국의 경기를 혼란스런 마음으로 지켜봤다. 미국을 응원하자니 그래도 한 핏줄인 북한이 안됐고 북한을 응원하자니 발을 딛고 사는 나라를 등지는 것 같아 불편했기 때문이다.
축구를 하는 11세 된 딸과 함께 경기를 지켜 본 웨슬리 조씨도 그랬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의 딸은 당연히 미국을 응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북한 선수들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싫지만 어린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미워하겠는가. 비록 지기는 했지만 기술과 포메이션은 상당히 뛰어났다”고 조씨는 평가했다.
이날 경기에서 북한 여자축구는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패하기는 했지만 전반전에는 오히려 더 많은 득점찬스를 가졌다. 미국에 대한 압박도 강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체력이 저하된 때문인지 급격히 무너지며 무릎을 꿇었다. 북한 여자팀은 경기를 지켜 본 모든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 중계를 한 ESPN 아나운서는 “어린 선수들이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팀은 어리다. 21명의 선수 가운데 10대가 10명이며 평균 연령은 21세가 채 안 돼 이번 대회 참가국들 가운데 가장 낮다. 이렇듯 어리지만 실력은 만만치 않다. FIFA 랭킹 8위에 올라있으며 2006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일궜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전반에 잘 싸우다 후반에 무너지는 것은 북한축구의 고질적인 취약점인 듯하다. 지난 해 남자 월드컵에서 북한은 전반에 대등한 경기를 하다 후반에 소나기 골을 허용하는 패턴을 보였다. 브라질과 포르투갈 전 모두가 그랬다. 이번 여자축구팀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데다 과학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28일 경기에서 드러났듯 장기간 체계적으로 컨디셔닝 훈련을 받아온 미국선수들에게 체력적으로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근성으로 하는 축구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것이 북한축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취약점이다.
이번 여자 월드컵은 6회째이다. 여자가 무슨 축구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자축구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16세기 영국에서는 여자축구가 성행했으며 19세기 말에는 최초의 여자팀이 탄생하기도 했다. 1991년 중국에서 첫 월드컵대회가 열리면서 여자축구는 주류스포츠로 진입했다.
월드컵 초기에는 참가국들 간의 실력 차가 컸지만 이번 대회 경기들이 보여주듯 이제는 절대 약세 팀이 없을 정도로 대등해졌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남자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고 기술도 뛰어나다. 여자 축구는 수준이 낮고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다.
북한이 8강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번 토요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나란히 8강에 올라가 결승에서 다시 만나게 됐으면 하는 것이 많은 한인들의 바람이다.
이번 월드컵에 한국 팀이 출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2015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다음 월드컵에는 남북한 동반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랭킹 4위인 강호 일본을 예선에서 눌러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국의 어린선수들의 발전 속도와 북한 선수들의 현재 나이를 감안할 때 실현가능성이 아주 높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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