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온 친구의 전화였다. 의례적인 인사 끝에 부탁을 해왔다. 아무개란 후배가 유학차 미국에 갔으니 신경을 써달라는 거였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시피 했다. 그래서인지 식당 문 앞에서 서 있는 빨강색 신형 캐딜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후배는 새색시인 부인과 함께 나왔다. 그 옷차림이 상당히 화사하다.
너무나 여유가 있어 보였다. 게다가 그들이 몰고 온 신형 캐딜락도 그렇고…. 유학 초창기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이 몰고 온 중고 미국차가 초라한 것 같기도 해, 순간 괜히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유학생 출신의 한 올드 타이머의 이야기다. 때는 5공 시절이었다. 당시 한인 타운에 떠돌던 소문 중의 하나는 5공 실세 자녀들의 호화판 유학생활이었다.
모모한 한국의 정치 실세의 자제가 미국 유학을 간다. 그러면 바로 스폰서가 붙는다고 했다. 본국에서 나온 상사지사들이 맡아 용돈을 대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뒷바라지를 해준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이다.
이 올드 타이머는 그 후배를 만나는 순간 소문이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후배의 아버지가 마침 군 장성 출신이었다. 그리고 당시 힘께나 쓰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고위 공무원이 사업승인서에 자신의 이름을 세로로 서명하면 그것은 사업을 곧바로 추진하라는 의미다. 가로로 서명하면 뒤로 미루라는 의미다. 또 그냥 ‘최대한 지원하라’고만 쓰면 그것은 사업의 전면 중단을 뜻한다.”수년 전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에 실렸던 내용이다. 전적으로 부패했다. 중국의 공직자 세계에서 하급관리가 고위층의 심기를 헤아리며 살아남으려면 모름지기 터득해야할 많은 일 중의 하나로 소개한 것이다.
중국 공직사회의 부패상을 고발하는 또 다른 보고서가 발표됐다. 극히 이례적으로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공무원들의 해외 재산 빼돌리기 수법을 자세히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8년 사이 해외로 돈을 빼돌린 현대판 탐관오리는 1만8,000여명에 이르고 유출된 돈은 최고 2,400여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돈 빼돌리기 수법도 다양하다. 그 가장 흔한 수법은 그렇지만 ‘한국 5공 시절의 그 소문’과 어딘가 비슷하다. 가족을 유학 등 명목으로 내보내고 현지에서 돈을 챙기는 형식 말이다.
중국 공직자 사회의 부패규모는 그러면 이 정도로 그치는 것일까.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중국을 안다는 사람들의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 간부들의 부패 규모는 가히 상상을 절하는 수준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그 부패의 끝은 어디일까. 5공 실세였던 사람들이 맞은 운명에서 혹시 그 답이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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