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킹’ 르브론 제임스의 스타일이 완전히 구겨졌다. 그는 클리블랜드 팬들의 읍소를 뿌리치고 우승을 하겠다며 마이애미로 갔지만 NBA 파이널에서 달라스 매버릭스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굴욕을 당했다. 우승을 못한 것도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경기 내용 또한 ‘킹’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줄 정도로 형편없었다.
르브론 제임스의 농구 재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재능이 뛰어나다고 모두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리더의 가치는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빛을 발하는 법이다. 승부가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치느냐가 스타와 수퍼스타를 가른다.
그런 점에서 르브론은 이번 파이널에서 리더와 수퍼스타라는 이름에 걸 맞는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매버릭스의 더크 노비츠키가 고비 고비마다 결정적인 슛을 터뜨리면서 팀의 사상 첫 우승을 안긴 것과 대조적이었다.
노비츠키의 존재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르브론은 더 초라해 보였다. 르브론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레이커스의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앞선다는 일부의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파이널의 부진으로 이런 평가는 쑥 들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르브론의 난감한 처지는 단지 파이널 플레이가 시원치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마이애미 히트로 옮기면서 한 호언장담이 결과적으로 허풍으로 판명된 것이 더 큰 원인이 됐다. 지난 여름 NBA의 최대 관심사는 FA 르브론의 거취였다. 그는 순전히 행선지를 밝히기 위한 ‘The Decision’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요란스럽게 마이애미 행을 선언했다.
여기에다 한 술 더 떠 르브론은 입단 축하행사에서 “마이애미에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의 우승을 안겨 다이내스티를 만들겠다”고 큰소리 쳤다. 마이애미 팬들로서는 환호할 일일지 몰라도 클리블랜드는 물론 다른 지역 농구팬들에게는 듣기 불편한 발언이었다. 그래서 매버릭스에 패배하자 당장 “일곱 번 우승은 한번 우승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르브론의 발언은 자신감의 표현이었지만 다른 팀을 깔보는 듯한 뉘앙스 때문에 ‘반 르브론’ 정서를 만들어냈다. 이번 파이널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매버릭스를 응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더독에 대한 자연스런 감정과 막강군단 마이애미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르브론에 대한 반감까지 더해진 결과이다.
자신감은 좋지만 말이 너무 앞서다 보면 책임지지 못할 상황이 생겨 난처해 질 수 있다. 내뱉은 말이 낚시 바늘이 돼 자기가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르브론은 지금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금년 26세인 그의 호언장담이 현실이 되려면 내년에는 꼭 우승을 해야 하는 처지다.
르브론은 금년 여름 치욕을 되씹으며 절치부심할 것이다. 이번에는 우승에 실패했지만 전문가들은 마이애미의 다음 시즌 우승확률을 5대2로 보고 있다. 여전히 최강이다. 르브론은 과연 달라진 모습으로 코트로 돌아올 것인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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