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외국 영화 부문 오스카상을 받은 작품으로 ‘남들의 삶’(Lives of Others)이라는 것이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몇 년 전 베를린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한 엘리트 슈타지 요원이 유명 작가의 아파트를 도청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요원은 작가가 자살이 늘자 아예 자살 통계를 만들지 않는 동독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글을 서독 잡지에 게재하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러나 작가의 자유를 향한 열정에 감동받은 그는 이 사실을 상부에 알리지 않고 오히려 증거물이 발견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자기 손으로 인멸한다.
한편 이 작가의 애인인 유명 여배우는 고위 공산당 간부의 정부 노릇을 거부하다 사소한 잘못을 트집 잡아 체포된다. 여배우 생활을 끝나게 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작가의 비밀을 밀고하지만 나중에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시간이 흘러 독일이 통일 된 후 작가는 슈타지 요원이 자신을 지켜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작품을 그에게 헌정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공산주의가 몰락하자 많은 사람들은 북한 정권의 운명도 시간문제로 봤다. 그러나 그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김일성이 죽고 그 아들 김정일이 정권을 물려받은 후 자기 아들에게 3대 세습까지 시키려 하고 있다. 그동안 수백만 주민이 굶어죽고 경제는 엉망인데도 아직 북한이 망할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동구는 수십 년 간 공산 압제에 짓눌려 있었지만 그 이전 천 년 이상 그리스 로마와 유대 기독교를 토대로 하는 유럽 문명의 일원이었다. 서독과 똑같은 민족인 동독은 말할 것도 없고 코페르니쿠스, 쇼팽, 퀴리 등을 배출한 폴란드, 제2차 대전직전까지 동유럽 최선진국이던 체코 등은 모두 계몽주의와 자유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았다.
공산주의 일당체제에도 불구, 시민사회와 교회 등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슈타지 요원 중에서도 국가의 지시에도 불
구,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공산당원도 있었다.
반면 북한은 천년이 넘는 왕조와 일제 치하, 공산 독재 등 한 번도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다. 시민 사회와 종교는 뿌리가 뽑힌 상태고 김정일 일가의 권력에 저항할 세력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20만 명이 강제 수용소에서 신음하는 북한에서 양심적인 슈타지 요원 같은 인물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거기다 북한을 방파제로 생각하는 중국은 정권 붕괴에 따른 혼란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원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은 요즘 기력을 회복했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중국 대륙 수천 마일을 누비며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 3대 세습 보장과 원조를 구걸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북한 영토 조차권, 광산 개발권, 동해항만 이용권 등을 대가로 받으며 북한이 망하지 않을 정도의 원조를 해주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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