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에 전 세계가 취해 있었다. 그 스토리의 주인공은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와 평민출신의 신부 케이트 미들턴이었다. 이 커플의 결혼식 광경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20억이 지켜보았다.
이 ‘페어리 테일(fairy tale)’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게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소식이다. 뉴스 채널들은 24시간 그 이야기만 전했다. 신문지면은 온통 오사마로 도배를 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지 열흘 째 시점에서도 그 보도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빈 라덴이 누구인지, 그가 어떻게 사살됐는지 모른다면 외계인 취급을 받을 정도다.
예외 지역이 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뉴스가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이 뉴스를 그 나라 국민은 그러므로 공식적으로는 모르는 것으로 돼 있다. 중앙아시아의 독재국가 우즈베키스탄이 그 나라다.
왜 보도가 안 됐나. 프라우다 보스토카라고 하던가. 우즈베키스탄 정부 기관지를. 그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인터넷 커넥션이 돼 있지 않아 그의 사살 소식을 들은 바 없다.”
또 관영 통신사는 이렇게 둘러댄다. ‘특파원이 그 뉴스가 사실인지 확인해야 보도되는 데 확인을 해오지 않았다’고.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뉴스를 보도하지 않은 뉴스 미디어는 그러면 이뿐인가. 또 있다. 북한의 매체다. 우즈베키스탄 관영매체들처럼 보도를 안 한 이유에 대해 구차한 변명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리고는 침묵이다.
전 세계 매체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보도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도 북한 매체는 오직 김정일 찬양일색이었다. 천지지간에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이.
왜 북한 당국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뉴스에 그토록 무관심을 가장 하고 있을까. 첫째 이유는 일종의 동병상련의 처지 때문으로 보인다.
적의 적은 동지다. 오사마 빈 라덴은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넘버 1 공적(公敵). 따라서 그런 그가 사살된 사실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뉴스이기 때문이다.
보다 궁극적인 이유는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종이 호랑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10년이란 세월동안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추격해 결국은 사살했다. 그 미국을 달리 보게 되고 또 무서워진 것이다.
미국과 나토가 카다피 축출을 위해 벌이고 있는 리비아작전에 대해서도 북한은 침묵했다. 왜. 역시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독재체제인 리비아에 대해서도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그러면 북한을 향한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닌가. 그런 마당에 빈 라덴도 사살됐다. 그러니 공포감은 더 높아만 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로서는 ‘잔인한 5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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