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총을 쏘며 저항했고 아내를 인간 방패로 삼아 싸우다가 사살됐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사살 당시 그가 비무장 상태였으며 아내를 방패로 삼은 일도 없다고 했다. 당국은 이것이 사실을 미 국민에게 한시라도 빨리 전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과연 그럴까. 이것이 단순 실수라면 처음 오사마가 비무장 상태에서 사살됐으며 아내를 방패로 한 일도 없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총을 쏘며 저항했으며 아내를 방패로 했다고 정정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어쩐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국과 파키스탄 언론은 현장에 있던 오사마의 딸 증언을 이용, 오사마가 체포된 후 사살됐으며 현장에는 오사마 측이 반격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보도했다. 반미주의자가 많은 영국과 허락 없이 남의 나라 특공대가 쳐들어와 기분이 매우 상한 파키스탄 보도라 어느 정도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 미뤄 보면 날조라고 무시할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 발표에 따르면 상황은 38분 만에 종료됐다. 이 사이에 여러 채의 집을 3층까지 뒤져 총격전을 벌이며 오사마를 제외한 4명을 죽이고 시신 확인까지 한 다음 컴퓨터와 서류 등 증거물을 수집하고 오사마 시신까지 챙겨 추락한 헬기 한 대를 폭파한 후 현장을 떠났다. 아무리 전광석화 같은 특공대라지만 저항이 격렬했거나 총격전이 길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무장 게릴라가 아니라 연락책과 그 아내, 집 주인, 빈라덴 아들 등이다. 빈라덴을 경호하던 사람도, 미군도 단 한 명 죽지 않았다.
미군 당국은 빈라덴이 무장하지 않았지만 저항해 죽였다고 말하지만 상황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그를 생포하기보다는 죽이기를 원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생포됐을 경우 그에 대한 처우와 재판을 어디서 해야 하는 문제, 그의 경호와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테러 발생 위험 등 골칫거리가 수없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그가 살기 위해서는 알몸으로 투항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살 과정에서의 문제보다 심각한 것은 이번 작전을 ‘제로니모’라 명명한 백인들의 의식구조다. 제로니모는 19세기 후반 장장 30년 동안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며 자기 부족과 영토를 위해 싸운 아파치 지도자 이름이다. 이를 무고한 미국 시민 3,000명을 테러로 죽인 오사마와 동급으로 놓고 ‘제로니모, e kia(Geronimo, enemy killed in action)’이란 보고를 올린 사람들을 생각하면 섬뜩해진다.
사상 최악 테러리스트의 한 명인 오사마는 죽어 마땅하지만 그 상황 발표와 작전명을 통해 나타난 미국 지도부의 모습은 정부라고 무조건 믿을 것은 못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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