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C 버클리 테니스 팀 에이스, 입양아 출신 마리 앤더슨씨
▶ 어릴 때 인종차별 테니스로 풀어
UC버클리 여자 테니스 팀이 경기 한창이다. 그 중에서 한인 선수는 실수할 때마다 모국어로 탄식이 절로 나온다. “판!(Fan!)”
생후 4개월 만에 스웨덴 가정에 입양된 마리 앤더슨(24)씨는 지금 UC버클리 4학년이다. 인구 5천명 미만의 바스타트 마을에서 자란 앤더슨씨는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아이가 흔히 받을 수 있는 놀림은 테니스로 맞섰다고 한다.
12살 때 스웨덴 전국 챔피언쉽에서 우승한 그는 “테니스에 모든 관심을 집중했기 때문에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다”며 “(스포츠를 하지 않았던) 다른 아시아계 입양인 친구들이 자라면서 조금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고국인 한국에 대해서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한국 혈통임을 부인하려 한 적이 없지만 나는 스웨덴 사람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흥미롭게도 앤더슨씨가 한국을 ‘발견’한 것은 버클리에 오면서부터였다.
한국인을 거의 볼 기회조차 없었던 앤더슨씨는 “이렇게 많은 아시안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키와 머리 색깔만으로 딸을 멀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양어머니가 버클리를 방문했을 때 엉뚱한 아시아계 여학생을 딸인 줄 알고 붙들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던 해프닝도 소개했다. 그런데 버클리에서는 “동양계가 자기 문화를 모른다”고 못마땅해 하는 아시아계 학생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것은 자의반타의반인 셈이다. 앤더슨은 “이제 한국에 대해 알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거나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공부와 선수생활을 하느라 한인학생 모임에 나갈 시간이 없지만 한인 유학생 남자 친구가 하나 있다. “친구가 여기서 낳고 자란 한인이 아니라 한국에서 직접 온 유학생이기 때문에 같은 외국인인 나 하고 말이 더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앤더슨씨는 졸업 후 스웨덴 입양인 친구와 함께 여행 갈 계획이다.
앤더슨씨는 최근 프로에 도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른 UC버클리 선수와 함께 미국 대학여자 테니스 더블 1위, 싱클 19위이지만 무엇보다 “테니스를 할 만큼 했다”는 생각에서이다. “테니스를 잘해서 미국의 명문대를 전액 장학금으로 다닐 수 있었지만 너무 테니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졸업 이후 진로는 아직 미정이지만 “밖에서 활동해야 하는 성격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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