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후군, 소화불량, 만성피로, 불면증, 어깨 결림, 탈모, 두통, 시력저하… 직장인이라면 이 중에 한두 가지 증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분주히 살아가는 이 시대의 성인들이라면 대부분 이런 증상들을 가벼운 감기처럼 예사로 넘기기 십상이다.
10년차 직장인인 나는 이 모든 증상을 고루고루 가지고 있다. 종합병원 수준은 아니어도 동네의원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20대 중후반부터 안 다녀본 병원이 없다. 대장전문 병원, 피부과, 내과, 정형외과, 안과, 한의원 등.
예로부터 건강은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부모님도 지병 하나 없이 건강하시고, 유전적 질병이라곤 없는 건강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당연히 매우 건강한 아이였다. 때로는 건강을 과신하기도 했던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점심시간에 잡히는 미팅들 때문에 점심을 거르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심신의 긴장을 잃지 않으려 하루 종일 커피를 마셨다.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 그리고 스트레스… 누가 봐도 건강과는 거리가 먼 생활의 연속이니 저런 증상들이 생긴다 한들 누굴 탓하겠는가.
잃어 봐야 안다. 그 소중함을. 잃기 전에 깨닫는다면 진정 현명한 사람일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도 우리는 너무나 쉽게 듣고 넘겨버린다.
얼마 전 공부와 직장생활에 전념하던 30대 초반 여성이 위암으로 사망한 기사를 보면서도 안타까운 맘이 잠시 들었을 뿐, 남의 얘기로 흘려보냈다. 50대 중반인 스티브 잡스의 확 늙어버린 외모와 앙상하게 마른 몸을 보면서도 인생무상이란 말을 잠시 생각했을 뿐이다. 우리는 때로 정작 중요한 일에는 귀를 기울이거나 맘을 쓰는데 무심하다.
다행히 난 소위 ‘흔한’ 증상들만 가졌을 뿐 심각한 질병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저 나이가 먹어 몸이 노화되어 간다고 생각할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요즘 실감한다. 쉽게 짜증이 나는 것도, 잠을 잘 못 이루는 것도, 하루 종일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고, 다음날 있을 프리젠테이션 준비로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본 바탕은 건강한 몸이다. 그래서 요즘엔 노력한다. 건강과 관련된 기사를 눈여겨보고, 건강수칙 도표를 책상 위에 붙여 놓고 스스로를 환기시킨다. 늦은 퇴근을 이유로 한동안 멈췄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과일과 야채를 골고루 먹으려하고, 귀찮아서 챙겨 먹지 못했던 비타민과 오메가3도 하루에 한 번은 먹으려 하고, 또 가장 중요한 마음의 고요를 위해 노력한다.
회사 책상 앞에 붙여 놓은 ‘생체 나이 낮추기 계획표’에는 몸의 나이를 줄여주는 여러 항목들을 도표로 정리해 놓았다. 건강 관련 온라인 기사를 인쇄해 붙여놓은 것이다. 그 중에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8년의 나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균형 잡힌 식사는 4년, 규칙적인 운동은 6.4년, 많이 웃는 것은 1.7년에서 8년까지 생체 나이를 줄여준다고 한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래도 이만큼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큰 질병 없이 살아온 것에 감사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했던가. 오늘도 아파트 일층에 있는 체육관에 가서 뛰고 자전거 타고, 스트레칭도 해야겠다.
김진아
광고전략가
쿠알라룸푸르 Young & Rubi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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