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근심이 깊다. 경기가 나빠 취업 전망은 어두운데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산더미 같은 학자금 융자 빚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을 못 잡으면 융자금 상환을 미룰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심리적 부담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가 되면서 대학진학은 미국에서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학위가 없으면 제대로 된 직장을 잡을 수 없으니 점점 많은 학생들이 대학으로 몰리고, 경제가 나빠 재정형편이 안 좋으니 학자금 융자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으로 보나 나라로 보나 학자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에서 개인 부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크레딧카드 빚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상 처음으로 학자금 융자 빚이 크레딧카드 빚을 넘어 섰다. 자그마치 8,960억 달러. 이런 추세로 나가면 올해 안에 학자금 융자 빚은 1조 달러를 육박할 전망이다.
학자금 빚을 떠안고 대학 문을 나서는 학생은 3명 중 2명 꼴. 2008년 기준으로 이들의 평균 융자액은 2만4,000달러이다. 이 정도만 되어도 부담은 되지만 갚아나갈 만은 하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 법대나 의대 같은 대학원에 진학해 과정을 마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빚이 보통 1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니 말 그대로 빚의 산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것이다.
융자액이 이렇게 거액으로 늘어나면서 과거에는 융자 상환기간이 5년, 혹은 10년이던 것이 이제는 20년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자신의 학자금 빚을 다 갚기도 전에 자녀의 학자금 융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가 있는 것이다.
학자금 빚의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진지하게 사귀다가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되면 서로의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를 털어 놓는 것이다. 결혼 전 건강 검진을 받듯이 재정 ‘자가 검진’을 받는 셈이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도 학자금 융자 빚이 10여만 달러라면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은 남편의 학자금 빚이 오래도록 껄끄러웠다고 한다.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 대학원을 졸업한 남편의 학자금 융자액이 4만 달러 정도로 아직껏 매달 몇백 달러씩 갚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결혼해서는 매달 그 돈이 나가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웠어요. 결혼 전에 진 빚을 내가 왜 같이 갚아야 하나 생각하며 기분이 상하기도 했지요.”
60대의 한 남성은 얼마 전 아들로 부터 학자금 융자 빚을 대신 갚아달라는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들이 앞으로 신혼살림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빚을 대신 갚아달라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이제껏 키워주고 공부 시켜줬더니 자기 몫으로 받은 융자금마저 자기 힘으로 갚으려 하지 않는다”며 그는 괘씸해했다.
빚이 많아질수록 젊은이들이 찾는 것은 돈 많이 주는 직장. 월급은 적어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장, 돈 보다는 의미를 찾는 직장인은 점점 희귀종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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