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들을 승인하면서 일본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상 최악의 재앙을 당한 일본을 가까운 이웃이라며 지진 피해자 돕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던 많은 한국인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일본의 이중적 행태에 흥분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전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일본은 그동안 한쪽에서는 우호적인 발언을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을 되풀이 해 왔다. 독도 문제에 관해 이런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독도뿐 아니라 핵무장과 관련해 “핵무기는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천명하면서도 자기들끼리는 “당장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지만 핵무기 제조를 위한 경제·기술적 잠재 능력은 항상 보유하고 이에 대한 제약이 없도록 배려한다”는 입장을 정리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여 국제사회의 비판을 초래했다.
일본인들에 대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른바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인사치레)가 그것이다. 이런 이중성을 정정이 불안하고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봉건사회를 지나면서 생존을 위해 형성된 일본인 특유의 기질로 보는 분석이 유력하다. 기원이 무엇이든 일본인들의 겉모습만을 보고 신뢰를 보냈던 사람들은 속내를 알고 당황과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1946년 출간된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은 일본사회에 대한 고전적인 분석으로 꼽힌다. 이 책은 일본인들의 정신세계를 다루고 있다. 베네딕트는 특히 일본인들의 관념가운데 하나인 ‘기리’(의리)에 주목한다. 그녀는 일본인들의 기리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서 하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의리라는 것이다.
베네딕트는 이 같은 기리의 특성과 한계 속에 이중성이 들어 있다고 봤다. 어느 군대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다가도 일단 포로로 잡히면 더 할 수 없이 협조적으로 변하는 일본군들에서 이중성을 본 것이다. 항복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죽창을 들고 결사항전을 외치다가 천황의 항복 방송을 듣자 미군을 열렬히 환영하는 인파로 돌변한 것이 일본인들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의 행동 동기는 기회주의적이다. 일본은 만일 사정이 허락되면 평화로운 세계에서 자기 위치를 구할 것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무장된 진영으로서 조직된 세계 속에서 자기 위치를 찾게 될 것이다.” 기회주의적이라는 진단은 일본을 상대하는 국가들, 특히 한국은 수도 없이 확인하고 경험해 온 일본의 모습이다. 시대를 뛰어 넘는 베네딕트의 통찰력이 놀랍다.
일본을 상대하려면 먼저 그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번 독도 논란은 놀랄 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도 아니다. 일본의 속셈은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실효적 지배를 행사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 그랬다가는 자칫 일본이 노리는 페이스에 말려 들 수 있다.
일본은 한국에 항상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는 이웃이다. 그들의 이중 플레이에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진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인도주의 국가의 풍모가 아니다. 구호와 외교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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