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만든 동영상이 발등을 찍는 세상이 되었다. 간혹 장난기가 동해서, 혹은 좀 튀고 싶어서 잘못 동영상을 올렸다가는 큰 코를 다쳐도 한참 다친다. 3분짜리 유튜브 동영상 때문에 지난 한주간 상상도 못할 곤욕을 치른 백인 여학생이 산 증거가 된다.
UCLA의 정치학 전공 학생인 알렉산드라 월러스는 학기말 시험 중이던 지난 11일 동영상을 하나 만들었다. 나중에 그가 사과문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그저 “유머러스한 유튜브 비디오를 하나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주제는 아시안 학생들의 무(無) 매너.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UCLA가 해마다 아시안 학생들을 떼로 받아들이는데, 그것까지는 좋다고 치자. 단, 아시안 학생들이 미국식 매너만 갖춘다면 말이다.
우선 거슬리는 건 주말마다 찾아오는 가족들이다. 학생들 사는 아파트마다 엄마, 형제자매,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 그리고 아시아에서 같이 온 온갖 사람들이 다 몰려와서 빨래해주고, 시장 봐주고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을 해준다. 그들은 도무지 아이들에게 자립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 아시안들이 정말로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건 매너다. 미국에서 우리는 도서관에서 전화통화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5분 간격으로 - 아니, 15분 간격이라고 치자- 내가 한창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때면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린다. 오~ 칭 총 링 롱 팅 통, 오~~”
때는 마침 일본에 대재앙이 닥쳤을 때였다. “쓰나미로 피해 입은 사람들은 안됐지만, 그렇다고 가족들이 무사한지 전화로 한 사람 한 사람 다 챙길 건가.
그럴 거면 밖에 나가서 통화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그는 비꼬았다. 전화 매너 문제를 넘어서 당시 일본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서적으로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은 발언이었다.
유튜브에 동영상이 오르자 반응은 한마디로 비난의 ‘쓰나미’였다. 100만 명 이상이 동영상을 보고, ‘반 아시안 비디오’라는 제목으로 마구마구 퍼 날라졌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과 ‘멍청하다’는 조롱의 댓글이 끝없이 이어지고 ‘도서관의 아시안 학생들’ 패러디가 나오고, 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다. 새크라멘토 인근 출신인 그의 집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공개되고 비난 이메일, 전화가 쇄도했다.
월러스는 놀라서 동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학교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UCLA 아태 연맹 등 단체들과 동문들은 월러스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고, 미전국적으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1주일 후 학교당국은 동영상 내용이 불쾌하기는 해도 증오를 담고 있는 건 아니라며 월러스를 징계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자퇴를 발표했다. 도저히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이 여학생이 어느 학교나 직장에 들어가려고 하든지 두고두고 동영상이 따라다니며 발목을 잡을 수가 있다. 한번 인터넷에 오르면 지워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치기로 저지른 실수 치고는 대단히 어리석은 실수를 한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매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판단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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