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엽(아오스딩)
성탄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를 뒤덮고, 대형 백화점마다 연말 특별 세일로 인해 인산 인해를 이루며 차량이 막히던 12월도 어느덧 지나고 토끼띠의 새해가 밝았다.
바쁜 일상 중에도, 부활과 성탄때면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며 흰 봉투를 준비하는 아내. 처음에는 먹을 것을 준비하여 나누어 주려 하였으나 의외로 잘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차라리 현금을 봉투에 넣어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준비를 완료하고 키아모쿠, 킹스트릿 일대를 사립탐정처럼 훑으면서 봉투를 전달할 대상자를 물색하여 전달하곤 했다. 지난 성탄때 한바퀴 돌았는데, 봉투 하나가 남았다며 출.퇴근 길에 전달하란다. 나는 킹스트릿을 천천히 지나면서 온갓 비닐 봉투며 살림살이(?)로 가득한 카트와 그 뒤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한국일보사 근처를 지날 무렵 저 앞에 분명 시커먼 카트가 눈에 들어왔다. 차를 세우고 카트로 다가갔다.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Susan, 그녀는 Homeless 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Happy new year 하며 흰봉투를 내밀자 그녀는 카트뒤에 웅크리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지난번에도 봉투를 준 사람 아니냐 면서 반갑게 미소지으며 봉투를 받으면서, I am Susan, what is your name? 하고 물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Austin 이라고 대답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옷을 끼어 입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푸석한 머리, 잘 씻지 않은 얼굴, 때가 끼고 손톱이 웃자란 검은 손. 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한없이 맑고 순수함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Homeless 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할지 순간적으로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선뜻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비겁함이 내겐 있다.
그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추운 요즈음 어떻게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먹을 것이며, 입을 것이며……. 부디 건강하기 바라면서 하느님께 기도한다.
날 울리지 말아요, S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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