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는 거리. 구세군의 빨강색 자선냄비와 종소리. 그리고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 크리스마스 하면 떠올려지는 풍경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다. 추수감사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니 채 시작도 되기 전부터 대대적 세일이 시작된다…. 남가주의 크리스마스 시즌의 모습이다.
무엇으로 이곳에서 나서 자라는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기억할까. 그나마 산타클로스가 아닐까. 불경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핑몰에는 제법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긴 줄을 이룬 곳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는 곳이다.
한두 살짜리 베이비에서 프리스쿨을 다닐까 말까 한 개구쟁이들을 달래며 젊은 부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산타할아버지와 사진을 찍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 산타클로스는 그러면 천진한 아이들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인가.
산타클로스는 A.D. 3세기께 오늘날의 터키에 있는 미라의 대주교였던 세인트 니콜라스(St. Nikolaus)라는 이름에서 전래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상당히 젊어 추기경이 된 그는 평소 가난한 아이들을 남몰래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추기경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어린이들에게 몰래 선행을 베풀기를 좋아하던 니콜라스 추기경은 사후에 성자로 시복된다. 이후 성 니콜라스는 어린이 수호성자로 받들어지고 그의 생일인 12월6일의 전야에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행사가 벌어졌다.
종교개혁 후 이 성 니콜라스는 차츰 잊혀 지게 된다. 그 축제의 전통이 계속 지켜진 곳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인들의 이민과 함께 그 풍습도 미국으로 전해진다.
17세기 이후 미국으로 이민 온 네덜란드인들은 성 니콜라스를 Sinterklaas라고 불렀다. 그 이름이 영국식으로 변해 Santa Claus가 된 것이다.
미국이란 멜팅 팟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 산타클로스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다. 클레어몬트 모어의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란 시가 세계적으로 회자되면서다.
흰 테두리의 빨간 모자와 빨간 옷을 입은 혈색 좋고 뚱뚱한 할아버지로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각인된 것은 1930년 이후다. 코카콜라사가 겨울에 산타클로스를 등장시켜 콜라 광고를 하게 되면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산타클로스는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 미국, 상업주의의 미국, 그리고 기독교 국가 미국이 만들어낸 독특한 아이콘인 셈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산타클로스는 과연 있을까, 없을까. 답은 ‘있다’가 아닐까.
불경기, 그것도 지독한 불경기 속에서도 어린 자녀에게 줄 선물만은 빠뜨리지 않고 준비한 세상의 수많은 엄마와 아빠들은 분명히 아이들에게는 산타클로스로 존재하고 있으니까. 또 세밑을 맞아 작은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은 기만이 아니라 희망이기에 산타클로스는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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