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메달 숫자에 눈이 간다. 한국이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어서인가. 그러면서도 중국이 따낸 메달 수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메달 수를 합쳐도 턱없이 모자라다니.
금메달에 목을 매다시피 한 국가지상주의 나라가 중국이다. 그러니 아시안게임의 메달 수가 뭐 그리 중요할 것인가. 그렇지만 그 압도적인 메달 수는 중국이란 나라의 실체가 무엇인지 새삼 생각게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이 진짜 세계 1위가 됐다고 치자. 그 중국이 그리고 화를 낸다. 그럴 때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텃세도 보통 텃세를 부리는 게 아니다. 그런 운영방식을 통해 금메달 사냥에 혈안이 돼있다. 광저우 아시아게임에서 중국이 보여주고 얼굴이다. 유연성이랄까. 대인(大人)같은 여유는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작은 일에도 표정이 험악해진다. 그래서 떠올려지는 질문이다.
작은 일에도 발끈한다. 그 한 케이스는 노벨평화상을 둘러싸고 보이고 있는 중국의 행태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 후보로 중국의 인권 운동가 류시아보가 거론되자 중국정부는 막후 로비에 나섰다. 수상을 막기 위해서다. 그 논리는 이렇다. 류시아보는 중국의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자다. 그런 그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지명하면 이는 명백한 중국 주권 침해 행위다. 그러므로 안 된다는 거다.
노르웨이 정부에 협박수준의 압력을 가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지명에 노르웨이 정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데도 말이다. 결국 류시아보가 수상자로 결정되자 ‘중국 주권에 대한 침해’라는 예의 그 논리를 펴면서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다. 철저한 내부단속과 함께.
중국의 인터텟에서는 ‘노벨평화상’이란 단어로 검색을 할 수 없다. 노벨평화상에 관한 한 중국에서는 괴이한 침묵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13억 인구 중 10억이 넘는 중국의 대중은 류시아보가 올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지 조차도 모른다.
그리고 틈만 나면 류시아보는 매국노 같이 선전된다. 11년 형을 받고 병든 몸으로 수감돼 있다. 그런 류시아보가 마치 ‘수퍼 파워를 지향하는 중국’의 안보에 중차대한 위협이라도 되는 양. 그리고 류시아보의 부인을 비롯해 친지들은 모두 구금이나, 가택연금을 당했다.
동시에 중국은 사상 초유의 작전을 펼치고 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 봉쇄가 그것이다. 그 시상식에는 오슬로 주재 외국대사들이면 모두 참가하는 것이 관례다. 중국은 그 시상식에 참석하는 나라는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협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왜 작은 일에 이토록 발끈할까. 중국은 근본적으로 일당독재 공산국가라는 게 그 답의 하나다. 그 체제 속성상 인권이라는 말에는 알레르기성 과잉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류시아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말도 안 되는 ‘어거지’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체제 스스로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스스로가 편안치 않은 사람이 작은 일에도 자주 화를 내듯이.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아큐 근성’이라고 했나. 중국인 특유의 졸렬한 집단심성의 발로, 그 ‘아큐 근성’에서 보다 근본적 원인이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큐는 노신의 중편소설 ‘아큐정전’의 주인공이다. 그는 현실의 폭압에 철저히 굴종하면서도 기묘한 자기기만적 만족에 살아간다.
어려울 때는 철저히 머리를 조아린다. 살만 해지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꽤나 거들먹거리는 것이다. 그게 ‘아큐 근성’이다. 그 집단심성의 정치적 발로는 턱없는 오만이다. 중화(中華)란 이름의 자기중심적 허위의식에 젖어 중국은 작은 일에도 발끈 거리는 것이 아닐까.
앞서의 질문은 다름이 아니다. 망상에 가까운 자존에 젖어 세계질서를 거부하고 있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는 항복이다.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다. 달라이라마를 만나지도 않고,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도 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문명의 충돌을 내다 본 헌팅턴 식 대응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서방은 서방대로 각자 길을 가는 것이다.” 티모시 가튼 애시의 말이다.
그 대응의 방향은 중국의 오만을 견제하는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북경 컨센서스’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면서 ‘중국포위전략’이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로 굳어져 가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아시아국 순방외교가 그 구체적 걸음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한국은 어떤 대응자세를 보일까. 예의 괴이한 국가주권론을 내세우면서 중국은 유엔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 투표에서 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다음달 10일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한국의 불참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바로 한국의 국격(國格)의 모양새가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인권문제는 인류 보편의 가치관이다. 때문에 하는 말이다. 두 말 할 것 없다. 무도하기 짝이 없는 그 뻔뻔한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그게 G20 의장국의 면모이고, 자세다.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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