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같이 부드럽고 종소리 같은 울림의 고음 테너"플라시도 도밍고의 목소리를 표현한 지나간 신문잡지의 비평의 말들이다. 테너의 황금기를 지나 오페라 출현의 횟수는 자연히 줄어들고 음악감독지휘 등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프로덕션의 오페라를 샌프란시스코에 직접 들고 오며 69세에 타이들롤 까지 맡은 그의 명성은 이번 시라노(Cyrano de Bergerac)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기대와 의혹을 시원하고 말끔하게 해결시켜준다. Domingo 의 주부란 Cyrano 와 nose를 합쳐 Cyranoses 라는 합성어를 만든데 서 비롯된다. 원작은"에드몽로스땅의 희곡을 연극으로 영화와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목소리의 마음은 어느 고지에 있을까? 정화되지 않고는 높낮이 없는 자신의 훈련으로 고도의 기술연마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 맑고 고은고음을 도밍고의 연주와 연기에서 다시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술가의 인생의 도전이 큰 위안이 된다. 그가 보여주는 삶의 가치가 이상과 영원을 떠벌이기보다는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직접 에너지로 충전된다. 반면에 또 다른 현실 변하지 않은 고음과 달리 중간음역이 좀 답답한 것은 연륜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변명일 것 같고 도밍고가 가수로서 감독으로써 오페라에기여한 시간과 정열이 새 시대 새 인물로 이어지는 접경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에 보람됨과 가치를 두고 싶은 도밍고와 오페라를사랑하는 사람들의 귀중한 시간인 것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 프랑코알파노(Franco Alfano 1875-1954)는 20세기모더니즘의 대표 격인 쉔베르그베베른리게티 까지의 같은 시대를 살며 모던과 벨칸토의 이탈리아오페라까지의 기법을 옷감처럼 씨줄날줄 예쁘고 모던하게 잘 짜놓은 한필의 두루마기로 말아놓았다. 무대에서 풀어나가는 이 두루마기를 보면서 탄성을 올리게 되는 것은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장면 장면의 색깔이다. 의상과 조명이 사람들의 배치가 완벽한 그림틀 속에 있어 루브르나 피카소 박물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치 박물관에 걸려있는 한 폭 한 폭의 그림들의 흐름이 영화의 한 컷 한 컷들을 영상의 흐름으로 연결되어가는 듯하다. 필름의 끊어짐이 없이 1막2막 깊어가며 시라노의 시적인 사랑의 말들은 얼마나 놓치기 아깝고 다 기억하고 싶은 말들인지. 물론5분을 못 넘기는 욕심이지만 시라노는 사랑에 빠진 록산느에게 커다란 코를 가진 코주부의 핸디캡으로 감히 도전하지 못하고 짝사랑의 가슴앓이로만 대신한다. 한편 록산느와 사랑에 빠진 크리스티앙은 문학적인 재주가 없고 감미로운 표현이 부족하여 전전긍긍 발코니아래 어두움 속에서 시라노는 감미로운 시인의 말로 친구의 사랑의 고백을 대신하여 사랑이 성사돼 결혼에 이른다. 두 사람이 함께 간 전쟁터에서는 크리스티앙의 사랑의 편지를 대필해준다.
그러나 그것은 시라노자신의 사랑고백 그것도 하루에 두통씩이나 쓰는 연서 록산느와의 사랑을 이어가는 친구와 록산느를 향한 시리노의 애절함은 곧 두 사람의 록산느를 향한 사랑의 열정인 것, 시라노의 캐랙터는 베르테르같은 짝사랑의 외로움이나 돈죠바니처럼 허세의 유머러스한 역을 무척 많이 닮았다. 역할을 바꾼 발코니의 사랑의고백의 아리아 록산느와 시라노가 함께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 등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노래들이다. 연기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전적인 형식의 틀과 5음의 진행으로 느껴지는 모던한 공간의구조가 마치 빌딩의 양식과 실내장식 같은 대치와 화합이다. 시라노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은 15년 후 록산느의 남편 크리스티앙이 죽고 록산느가 지니고 있던 남편의 마지막편지가 바로시라노가 쓴 그의 고백 하나의 편지로 두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던 록산느, 시라노의 임종을 지켜보며 그녀의 진정한 사랑도 고백하게 되나. 시라노의 마지막말은 어떤 월계관의 영광도 희생할 수 있으나 자신의 상징적인 모자의 깃털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여기의 깃털은 자존심을 지키는 위엄이나 허세로까지 생각할 수도 있으나 깃털이 붙어있는 위풍당당한 펜대를 상징하는 시인의 생명 사랑의 시를 써온 시인의 필치를 지켜준 펜대의 깃털로 의미를 갖고 싶은 개인적인 고집을 부려본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막바지로 다가가는 11월 달에 있다. 9월부터 시작하여 12월초에 끝나는 샌프란시스코오페라시즌도 막바지에 다 달았다. 내년여름에 있을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시리즈 “Ring Cycle Festival"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는 오페라 애호가들의 인생은 새로운 도전과 바그너연구에 새로운 오페라의 인생을 맛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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