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부 구조 어떻게 가능했나
위치 추적 “700미터 앞 모기 맞추는 격”
특수 의복·광케이블 등 첨단장비 활용
“33명의 광부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75%의 과학과 25% 기적의 힘이었다”.
지난 8월 지하광산에 갇혀 있는 광부들을 탐침봉을 이용해 찾아낸 지형학자 마카레나 발데스(30)가 구조작업이 마무리된 뒤 한 말이다.
전세계의 주목과 축복 속에 33명의 광부들이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70일 전 광부들과의 연락이 단절됐을 때 이들을 구조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월스트릿 저널(WSJ)이 14일 평가했다.
성공적인 구조로 전 지구촌의 축하를 받고 있는 칠레 당국조차 구조작업에는 많은 행운이 따랐다고 인정했다.
우선 지난 8월5일 광산 붕괴사고가 나면서 지하 갱도에 들어가 있는 33명의 광부들이 정확히 어디에 갇혀 있는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생사도 알 수 없었다.
30세의 젊은 여성으로, 구조대를 위해 광부들이 있는 지점을 찾아내야 할 발데스는 사고 이후 2주 넘게 애타는 마음으로 탐침봉을 넣을 지점을 정해야 했다.
그는 누군가가 이 탐침봉 밑에 메시지를 달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광부들이 있을만한 장소를 추정해 구조대에 전했고, 매번 실패가 이어질 때마다 누구보다 마음 졸이며 다음 지점을 선정해 나갔다.
과거의 광산 사고가 생존자를 구하지 못한 채 비극으로 마무리 된 적이 많았다는 점도 구조대의 기를 꺾는 요소가 됐다.
발데스는 지질학자들의 계산에서 나온 지점보다 늘 1도 가량 아래쪽 지점을 뚫도록 했는데 이는 탐침봉을 넣을 때 진동으로 인한 오차를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지하 수백미터로 내려가면 몇미터 차이로 벌어지게 되고 이는 광부들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발데스는 돌연 혹시 이런 좌표 수정 때문에 광부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구조 현장에서는 여성인 발데스가 주변에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여성은 불운을 불러온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 30차례의 실패가 이어진 후 구조대는 기적적으로 광부들이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발데스는 “이들을 찾는 작업은 마치 700m 거리에 있는 모기를 맞추려고 산탄총을 쏘는 것과 같았다”면서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후에는 첨단 과학의 힘으로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우선 구조대는 우주선이나 잠수함에서 쓸 법한 특수장비들을 결합해 구조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하 피신처에 직경 5인치의 보급통로가 뚫리면서 각종 첨단 장비들도 지하로 공급됐다.
광부들의 건강을 위해 박테리아를 막아주는 특수 구리섬유로 만든 의복이 내려갔고 휴대전화에 연결하는 프로젝터도 내려보내 지하에서 영화도 보게 해주었다.
좁은 통로에서도 통신상태를 유지해주는 광섬유 케이블도 연결됐으며 광부들이 건강한 심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심리학자와 트레이너 등도 동원됐다.
갇혀 있는 광부들의 민감한 상태를 감안, 영양사들은 이들에게 공급되는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늘 고온에서 조리하도록 했다.
건강유지 비결은
산소·식수 공급 충분
운동·청결유지 신경
두 달 넘게 지하에 갇혀 있었던 칠레 광부 33명 중 대부분은 세간의 우려를 깨고 건강하고 힘찬 모습으로 구조 캡슐에서 나왔다.
13일 밤 33번째 광부가 마지막으로 구조된 뒤 자이메 마날리치 보건장관은 1명에게 심한 폐렴 증상이 있었으나 항생제 처방을 받고 회복되고 있으며 2명은 치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나머지는 기대 이상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전했다.
광부들이 이처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비둘기’라는 애칭의 금속 캡슐을 통해 그들에게 내려 보내진 구호 식량 덕분이지만, 그들 스스로 조직적으로 단결해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식수를 마련하는 한편, 운동을 했던 것도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땅속 2,300피트를 잇는 캡슐을 통해 광부들을 진찰했던 의료진의 훌륭한 처방도 한몫했다고 뉴욕타임스은 14일 전했다.
미국 탄광안전위생관리청(MSHA)의 제프리 크래비츠 청장 대행은 0.5마일 길이의 터널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운동할 공간과 쓰레기를 쌓아 둘 공간이 있었다”며 “샤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물도 충분히 흘러내렸다”고 말했다.
깨끗한 공기가 주입됐기 때문에 질식 위험도 없었다. 탄광은 메탄가스로 찰 위험이 있지만, 산호세 광산은 구리 금광이었기 때문에 바깥 공기처럼 산소가 20%로 유지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의 포크 박사는 결국 칠레 보건 당국이 놀라운 일을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2일 생존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광부들은 이틀에 한 번씩 참치 한 숟갈과 우유 한 컵, 크래커 하나만 먹으며 17일을 버텼기 때문에 소화 및 인슐린 분비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위험한 상태였다.
포크 박사는 이런 상태에서 탄수화물을 너무 급격하게 섭취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의료진이 금속 캡슐을 통해 광부들을 진찰하고 적절한 처방약과 음식을 내려 보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상에서 다시 모인 생환자들
69일간 지하 700미터 아래 갱도에 갇혀 있다가 13일 구조된 칠레 매몰광부들과 세바스찬 피네라 칠레 대통령(앞줄 오른쪽 9번째)이 14일 병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매몰 광부를 구출하기 위해 갱도로 내려간 구조대원 6명중 최후까지 남아 광부들을 올려 보낸 마누엘 곤제리스가 13일 캡슐(뒤)에 오르기전 갱도를 향한 고별인사라도 하는 듯 절을 하려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 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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