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한국어 경연’
2세·비한인 수강생
갈고닦은 실력 뽐내
“한인 친구들을 너무 좋아하는데 왕따 당할까봐 한국말을 배웠어요”
“중국계 5세지만 미국에서 한류에 푹 빠졌어요. 노래와 영화 등이 너무 좋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한글을 배우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어 말하기는 세계인으로서 경쟁력도 갖게 해주거든요”
지난 5일 LA 한국문화원 3층 강당. 100여명의 청중들이 가득 들어찬 이곳에서는 12명의 비한인 및 영어권 한국어 수강자들이 제각각 발표를 통해 뿜어내는 한국어에 대한 사랑으로 열기가 가득 찼다.
문화원 주관으로 열린 이날 ‘2010 한국어 경연대회’ 행사에서는 비한인과 한인 2세 등 12명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직접 발표하며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매년 한글날(10월9일)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대회 주제는 ‘564돌 한글, 세상과 어울림’이었다. 참가자들은 ▲한글과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 전통문화와 한식 ▲내가 겪은 한국문화 3가지 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발표했다.
대회에는 LA 한국문화원 내 한국어교육원인 세종학당과 칼스테이트대학교(CSU) 한국어 교육원 학생들이 나섰다. 이들은 한글을 배우게 된 계기와 현재 자신의 한글 실력을 이야기하며 유창한 한국어 능력을 희망했다.
이날 경연대회에서 한인 2세 로이 김씨는 “부모님은 한국말을 쓰지만 나는 영어만 한 탓에 어릴 때부터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며 “한글을 배워 한국 역사와 문화를 훗날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유학 온 실비아 실비아는 “영어 배우러 왔다가 한인 친구들을 만나 왕따 당할까봐 한글을 배웠다”고 말해 청중을 웃게 만들었다.
한국어 경연대회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영예의 1위는 LA에서 태어난 애슈틴 립(26)이 차지했다.
칼스테이트 대학교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는 립은 “1년 전 학사장교(ROTC) 사무실 앞에 ‘한국어를 배우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문구를 계기로 한글을 배웠다”며 “결코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한국말 배우기가 선생님과 친구들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현재 한인교회에서 한글과 영어를 번역하는 일도 맡고 있다.
김재원 문화원장은 “현재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는 이들 중 80%가 비한인”이라며 “학생들의 열정에 부응하도록 한글과 한국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주 화요일 저녁 한글을 교육하는 LA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는 현재 320여명이 등록돼 있다.
<김형재 기자>
한국어 경연대회에서 1위에 오른 애슈틴 립(오른쪽 네 번째) 등 참가자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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