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다는 계획은 한동안 잠잠하던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 갈등을 확산시키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테러가 있은 지 9년이나 지났지만 당시의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덧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슬람센터 방화 등 극단적 행위 잇달아
오늘 예고 코란소각 강행땐 긴장 첨예화
생각 외로 많은 사람이 모스크 건립계획을 반대하고 나서는 가운데 이슬람의 성전인 코란을 태우겠다는 극단주의적 교회가 나타났고 이는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미국민들은 이슬람교도들이 아픈 상처를 자극한다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으며 이슬람교도들은 평화로운 종교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매도한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극단적 반응 “코란 불태우겠다”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모스크 건립 계획이 알려진 이후 미국 각지에서는 이슬람과 관련된 극단적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다.
8월 말 남동부 테네시주의 한 이슬람 센터 건설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이튿날에는 총격사건도 발생해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강한 디젤연료 냄새가 났다는 소방관들의 증언과 덤프트럭 밑에서 기름이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화재 원인은 방화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또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의 ‘도브 월드 아웃리치’라는 교단의 한 소규모 교회는 9.11 9주년 기념일에 이슬람의 성전인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설립 이후 이슬람 반대 캠페인을 펼쳐온 이 교회는 단순히 자기네 교회에서만 코란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이날을 ‘국제 코란 불태우기의 날’로 선포하고 이슬람의 위험성을 미국에 각성시키기 위해 대규모 행사를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이 교회의 테리 존스 담임목사는 크리스천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평화의 종교인 것처럼 행세하는 이슬람에 대해 강한 항의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계획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코란 소각 강경의사를 고수했던 존스 목사는 9일 플로리다 이슬람회 소속 성직자와 만나 뉴욕 성전 건립지 이전을 약속받았다며 소각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가 뉴욕 이슬람계에서 이를 부인하자 소각 강행의사로 급선회하기도 했다.
백악관 등이 중재에 나선 가운데 존스 목사는 10일 뉴욕에서 이슬람 성직자들과 만난다면 소각을 다시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전날의 강성 발언이 상당히 누그러진 듯한 반응으로 보이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각계에서 ‘지나친 행동’ 우려
교회의 코란 불태우기 계획이 알려지자 세계 각지에서 지나친 행동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 최대 기독교연합기구인 전미복음주의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런 행위는 전 세계 이슬람 신도들에게 불경스러운 일로 기독교인과 이슬람교도 사이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이란 정부는 최근 “서방 국가들이 종교의 신성함을 모독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는 것을 막아주길 권고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슬람 국가들의 감정이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데이빗 퍼트레이어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도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코란을 불태울 경우 이는 아프간과 전 세계 극단주의자에 의해 대중선동과 폭력조장 목적으로 이용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종교적 관용을”
“미국의 적은 알카에다
빈 라덴 잡는데 최우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최근 코란 소각계획, 뉴욕 이슬람 사원 건립논란 등 미국내 `이슬람 혐오’ 분위기에 대해 미국민들에게 종교적 관용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적은 이슬람이 아니라, 알 카에다와 극단주의 단체”라며 “미국민들은 서로를 공격해서는 안 되며, 두려움이 분열로 확산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의 테리 존스 목사의 코란 소각 계획에 대해 “다른 종교의 신성함을 불태우려는 것은 미국이 지키고자 하는 원칙과 배치되는 것”이며 해외주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소각 중지를 거듭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신 아래 하나의 국가이며, 비록 다른 이름의 신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하나의 국가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하도록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 9주년을 맞이하면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생포 또는 사살이 미국의 최우선 목표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민간 재판과 수용소가 테러 혐의자들을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 평화협상과 관련,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협상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의 태도는 진정성과 우호적인 측면에서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하고 여러 장애물이 있지만 협상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라운드제로 테러현장에 세워진 월드트레이드센터 희생자 추모비 앞에 높인 성조기와 꽃 한송이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AP)
테러 발생 9년이 지난 10일 뉴욕 테러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남성(오른쪽)과 이를 찬성하는 남성이 피켓을 들고 나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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