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기대하지 않은 선물에 기쁘기도 하고, 기대하지 않은 책 제목에 순간 놀라기도 했다. 오츠 슈이치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이었다.
집에 돌아와 겉장을 살짝 넘겨보니 저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나온다. 그는 일본에 있는 호스피스 전문의이며, 직업 특성상 만난 많은 말기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느낀 인생의 후회와 깨달음들을 나누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 책 안의 모든 이야기들은 소소한 후회와 소소한 깨달음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오랜 여운은 그 소소함에서 비롯된다.
책의 서두엔 한 환자가 그에게 했다는 질문이 적혀 있다.
“선생님, 선생님은 무언가를 후회한 적이 있나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저자는 후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먼 곳에서 답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끝을 체험하고 있는 많은 말기 환자들이 있었고, 저자는 그 환자들과의 일상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보편적인 후회의 모습들을 정리해간다. 가장 잦았다는 스물다섯 가지의 후회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 보았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결국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것에 대한 후회들이다. 더 자세히는 그들이 아쉬워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행동에 대한, 더 정확히는 그 행동을 이끌어낸 선택에 대한 후회의 기록이다. 결국 그들의 후회는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선택의 결과로 얻게 된 현재의 많은 상황들로 확증되고 있었던 셈이다.
어떤 이유와 핑계로든 우리는 응당 해야 할 선택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참 애석하게도 좋은 선택을 하려 할 때 유독 더 많은 방해물을 만나기도 한다. 후회가 남을 만한 결정을 하고도 언제든 바로 잡으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고, 또 그것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남았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물론 많은 일들이 그렇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은 바로 어제의 실수도 되돌릴 만한 여유를 주지 않을 때가 많다.
책 서두의 질문에 대한 슈이치의 답변은 “하지요, 후회… 늘 후회합니다”였다. 낯설지 않은 저자의 답변을 상기하며, 이제 나에게 “지금까지의 삶에서 무엇을 가장 후회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생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책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여러 후회들이 줄지어 떠오른다.
곧 이어 앞으로 동일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결심들도 떠올려 적어본다. 재미있게도 후회의 리스트보다는 훨씬 짧고 간결한 리스트들이 완성된다.
아무리 중요한 인생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스물다섯 번이나 반복하여 “….라면”이라는 글을 읽는 것은 참 무거운 일이다.
오늘도 나는 많은 결정과 선택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개중엔 나의 생의 마지막 리스트의 제목을 바꿀 만한 중요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땅 위의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는 이 책과 닮지 않은 가볍고 아름다운 노래 같은 고백들이 입 밖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죽을 때 기뻐하는 오십 가지, 죽을 때 감사하는 백 가지”처럼 굳이 순번을 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한 이야기들 말이다.
노유미/CSUN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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