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압도적 리드…5선 예고
존 매케인(73)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지역구인 애리조나주(州)에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경쟁자보다 크게 앞서는 등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으며 11월 중간선거에서 5선 목표 달성으로 재기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매케인은 항공모함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1967년 격추돼 6년간 포로로 잡혀 있다가 풀려난 ‘전쟁영웅’으로, 상·하원 의원을 거쳐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미 정계의 거물이다.
하지만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서 워싱턴의 오랜 정치 관행과 현직 의원들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면서 27년간 의정생활을 한 매케인도 위기에 몰렸다. 논쟁이 되고 있는 애리조나주 이민단속법에 대한 그의 강경한 지지 입장도 선거운동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24일(현지시각) 치러지는 애리조나주 공화당 상원의원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매케인은 강력한 경쟁자인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출신의 J.D 헤이워스(51) 전 하원의원을 15~21%포인트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케인 역시 예비경선에서 로버트 베넷(공화)이나 앨런 스펙터(민주) 등 일부 원로 상원의원들처럼 낙마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이처럼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매케인이 이번 선거운동에 지난 대선 때 쓰고 남은 돈을 퍼붓고 헤이워스를 거침없이 비난하며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등 공세적인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인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지금까지 선거운동에 투입한 돈은 헤이워스가 300만달러인 데 비해 매케인은 2천만달러를 넘는다. 이 같은 선거비 지출은 애리조나 상원의원 예비선거 사상 최고치다. 유권자 1인당 75달러를 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지난 23일 투산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헤이워스는 단순히 "세계를 놀라게 하자"며 표를 호소했지만 매케인은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자신을 비유해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이민법의 경우 매케인은 불법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지지하고, 광고 등을 통해 국경 펜스(울타리) 설치에 대한 입장도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꿨다. 심지어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로 돌아섰다.
매케인의 급격한 오른쪽(보수)으로의 이동이 단지 득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보혁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그간의 실용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청산하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한때 매케인의 선거운동을 도운 적이 있는 정치분석가 브루스 메일은 "나도 매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며 "매케인이 더 보수적으로 될지는 그 자신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워스의 고전은 자초한 면도 있다. 그는 참신함을 강조하기 위해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로 자신을 표현했지만 2006년 로비 스캔들로 미국 정치권을 뒤흔든 전직 정치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로부터 선거기부금을 받아 스스로 체면을 구겼다.
매케인 측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이런 사실을 암시하는 광고를 통해 헤이워스가 ‘장사치(Huckster)’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중립적 정치분석지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제니퍼 더피 수석에디터는 "헤이워스가 (뭔가) 발표한 날이 선거운동 하기 가장 좋은 날이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매케인의 승리는) 거저먹기"라고 말했다.
헤이워스는 보수주의 단체인 ‘티파티’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많은 보수주의 활동가들은 중립적이거나 매케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매케인은 선거운동에 전통적 방식과 함께 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주말 그는 "프레스콧 밸리에서 보냈다. 록 스프링스 카페의 파이를 사러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매케인의 팔로워(추종자)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이다.
대학 연구자들은 이런 매케인을 상원에서 가장 높은 ‘디지털 IQ(지능지수)’를 가진 의원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트위터 팔로워 170만명, 페이스북 팬 65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헤이워스는 매케인이 실정에 어둡고 정치적으로 쉽게 변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애리조나주 민주당 예비후보인 로드니 클래스먼 전 투산 부시장은 "매케인이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 유권자들은 대부분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중립적 성향을 보이고 있어 1976년처럼 공화당 예비후보 간 비방전으로 지지층이 분열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예비선거에서 매케인이 헤이워스를 누르고 공화당 후보가 될 경우 5선은 ‘떼놓은 당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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