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음주 묵인
술 권유한 성인
처벌법안 공식 발효
올해 고교를 졸업한 아들을 둔 한인 김모씨는 올 여름 몇 차례 아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
가을학기 대학으로 떠나는 아들과 친구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무분별한 음주를 할까 걱정돼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며 와인 마시는 법을 설명하는 등 소위 ‘주도’를 가르친 것. 또 집에서 아들과 단 둘이 있을 때 막걸리를 마시면서 아들에게도 권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집에서 미성년자 자녀나 친구들에게 무심코 술을 권하는 경우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게 된다. 캘리포니아에서 21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술이나 음주 장소를 제공한 성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본보 8월6일자 A1면 보도)이 18일 법제화돼 공식 발효됐기 때문.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날 합법적 음주연령 미만 청소년이 주택 등에서 음주 후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경우 술이나 음주 장소를 제공하거나 이를 방치한 성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리는 내용의 ‘청소년 음주 안전법’(AB2486)에 서명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새로운 법은 미성년자 음주에 대한 부모와 성인들의 책임을 강화해 청소년들의 음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업공간에서 21세 미만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개인의 집이나 파티, 가족 모임 등 사적인 자리에서 청소년이 부모 등 성인 보호자의 허락 하에 술을 마시는 것은 허용돼 왔다.
또 캘리포니아의 경우 미성년자가 이같은 상황에서 음주 후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해도 이를 방치한 성인에게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금지돼 왔다.
그러나 이번 법 제정에 따라 앞으로는 미성년자가 이같은 상황에서 음주 후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하면 이를 방치한 성인은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게 된다.
브래드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성인의 집에서 미성년자가 술을 마신 뒤에 사고를 당했다면 그 민사상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 법적 책임이 피해자 가족에게 있었지만 이번 법 제정에 따라 이제는 음주를 권하거나 방치한 사람이 책임이 없다는 것을 법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가끔 집에서 주도를 가르친다며 미성년자에게 술을 권하는 한인들이 있는데 자신의 집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어린이가 사고를 당했다면 집 주인에게도 법적 책임이 있듯이 미성년자가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사고를 당하면 같은 맥락에서 부주의 등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법은 지난 2008년 12월 북가주에서 17세 소녀가 친구의 집에서 파티를 하면서 과음을 한 뒤 급성 알콜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추진됐다.
당시 숨진 소녀의 부모가 파티가 열린 집에 있던 친구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형사와 민사소송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자 음주사고에 대한 성인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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