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불경기를 맞아 직원을 정리해고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해서 버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장을 잃는 것보다는 임금이 다소 줄어드는 것이 직장이나 근로자 모두에게 낫다는 판단 하에 미국판 일자리 나누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경기침체를 헤쳐나가기 위해 주정부나 지방정부, 민간기업 할 것 없이 임금을 줄이는 곳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6월 전체 근로자들의 임금규모는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임금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때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이같은 임금 하락은 향후 디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도 확산시키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향후 물건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만 늘려 경제운용이 매우 어려워진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일부 관계자들도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임금삭감은 재정부족에 시달리는 주 정부 및 지방정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주지사나 시장이 공무원 노조에 대해 임금삭감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직원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한 결과다.
하와이 유니버시티의 교수들은 6.7%의 임금삭감을 받아들였다. 미국 뉴멕시코주(州)에 있는 앨버커키시는 6천명의 시 공무원 임금을 평균 1.6% 삭감했다.
뉴욕주의 데이비드 패터슨 주지사도 대부분의 주 공무원 임금을 4%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버몬트의 주방위군도 3%의 임금삭감에 동의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부 도시의 교사들이 임금삭감을 수용했다.
클라크 대학의 게리 차이슨 교수는 "공공부문에서 임금 동결은 종종 봐 왔지만 임금이 삭감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곳에서 임금삭감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점차 많은 곳에서 임금삭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분석했다.
전미도시연맹(NLC) 조사에 따르면 미 전역 도시의 51%가 공무원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했다고 답했으며 22%는 임금이나 복지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협상을 개정했다고 답했다.
또 19%는 직원해고가 있었다고 답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경기침체가 시작된 뒤에도 임금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인상돼 왔지만 최근 18개월 동안은 이전 수준에서 횡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들은 지난 80년대 초반 불경기 때 임금삭감을 경험한 바 있으며 요즘도 여기저기서 임금삭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웨스틴 호텔의 경우 노조와 회사간의 임금협상이 결렬된 이후 임금을 20%나 줄여버렸다. 이전의 봉급 수준으로는 노조가 없는 여타 호텔들과 경쟁해 이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너럴 모터스는 신입사원들에게 시간당 14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다. 이는 기존 근로자들의 절반 수준이다.
가전제품 등을 만드는 섭-제로사의 경우 임금 20% 삭감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위스콘신의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500명을 해고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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