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신기해서 다 둘러보았지요. 완전히 여자들 세상이에요. 식당마다 여자들만 있고 남자들은 구경을 할 수가 없더군요”
지난 달 한국을 다녀온 60대의 한 주부가 새삼 놀라면서 하는 말이다. 강남의 롯데 백화점 식당가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눈에 보이느니 여성들이어서 가히 ‘여성 천하’였다는 것이다. 남성이라고는 은퇴한 그의 오빠 한분뿐, 젊으면 젊은 대로 나이 들면 나이든 대로 끼리끼리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여성들이더라고 했다.
“남자들은 다 어디 가고 여자들만 있느냐고 했더니 남자들은 일하러 갔다더군요. 여자들이 하나같이 옷을 너무도 잘 입었고 명품 가방 하나씩 다 들고 있었어요”
이민생활하며 일하랴 살림하랴 바쁘게 사는 데 익숙한 남가주의 이 주부는 낮 시간 식당을 가득 메운 한국의 여성들을 보며 나름대로 좋게 해석을 내렸다고 했다.
“주부들이 맛 집 찾아다니며 시식해보고 그 요리를 가족들 식탁에 올리려는 것이겠지요”
남자들은 일하고 여자들은 남편이 벌어온 돈 들고 분위기 좋은 카페나 맛집 찾아다니며 ‘우아하게’ 시간 보내는 한국의 부유층, 강남 일대 부인들의 일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포럼에서 한 여성기업인이 한국 부유층 여성들의 삶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성주 D&D라는 회사를 세운 한국의 대표적 여성기업인인 김성주 회장은 “고급 호텔에 가서 점심 때 노닥거리고 있는 상류사회의 여인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하다”고 했다.
그 여성들이 모두 좋은 인력이 될 수 있는데 그대로 낭비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의미이다. 그는 “이제는 여성까지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 했다”며 대학 나오고 유학까지 갔다 온 여성들이 그렇게 식당에서 노닥거리고 있으면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 그런 남성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강해져서 경제활동에 참가해야하는데, 강해지기 위해서는 “여자도 군대에 가야한다”고까지 그는 주장했다.
“여자도 군대에 가라”는 말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그의 지적은 사실 옳다. 한국에 노는 여성인력이 많고 그 인력이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우선은 사회가 여성인력을 적극 수용하지 않는 때문이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남녀평등일 뿐 사회로 발을 딛는 순간 남성 선호 문화, 출산과 육아의 장벽에 부딪쳐서 고급 여성인력들이 집안으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좌절하지만 그 반면에 그런 현실에 묘하게 안주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일 안해도 경제적으로 부족할 것이 없는 부유층 여성들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오래전부터 한국에서는 주부들 사이에 이런 ‘경고’가 있었다. 아침 10시 이후에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절대 받지 말라는 것이다. 그 시간에 집에 있다가 전화를 받으면 낙인이 찍힌다는 것이다. 성질이 못돼서 친구가 없거나, 가난해서 외출할 돈이 없거나, 건강이 나빠 병이 든 것으로. 그렇지 않은 모든 주부는 집을 나가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백화점이건 식당이건 ‘여성 천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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