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충 얘기를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고 황당했다. 자세히 관련 기사들을 읽어보니 화가 치밀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착잡해졌다.
최근 한국에서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이야기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백을 주장한 강 의원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국회의원이 토론대회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냐?” “(청와대 방문했을 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옆에 영부인만 없었으면 네 번호도 따갔을 것” 등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사실임이 밝혀지면서 과거에 그가 했던 또 다른 성희롱 발언들과 폭행전력까지 기사화되었다. 그가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판단에 이르자,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 생명을 걸겠다며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비도덕성에 화가 났고, 그런 사람을 공천한 한나라당에 화가 났고, 대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국회의장 배 토론대회 위원회에 화가 났고, 기회다 싶어 7.28 재보선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민주당에 화가 났다.
그러나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니 이번 파문은 단순히 잘못된 성 의식을 가진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닌 듯하다. 사회에 팽배해 있는 외모 지상주의가 강 의원의 황당한 논리의 근간이고,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한국의 고질병인 학벌 지상주의가 한 몫 했음을 추측하면 결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강용석 의원의 경우는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호감 가는 외모가 성공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고 믿다가 "외모가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러 있지는 않은지, 오랜 시간 겪어봐야 아는 성격이나 인성보다는 한눈에 볼 수 있는 외모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 적은 없는지, 일이 안 풀릴 때 실력이나 노력 정도를 탓하기보다는 외모를 탓하며 억울해 한 적은 없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도 문제다. 하다못해 연예인도 명문대 출신임이 알려지면 갑작스레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 한국 사회임을 생각하면 경기고-서울대 법대-하버드 로스쿨 이라는 학벌과 장학퀴즈의 장원,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패스 등의 화려한 이력 등 겉으로만 들어나는 강의원의 스펙에 한나라당, 유권자, 대학생들 모두가 눈이 멀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노력한다면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번 파문이 외모지상주의, 학벌지상주의 등 겉으로 보이는 것만 중요시 하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제2의, 제3의 강용석을 양산해 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비아 김 / 팬콤 광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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