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대학 입학을 앞둔 예비 신입생 이지은(18·베이사이드 거주)양은 대학생이 된다는 설렘보다도 멋진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는 슬픔에 요즘 몹시 우울해하고 있다.
당초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할 계획이었지만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우선은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 전공을 선택해야겠다는 말 못한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성공한 소설가가 되기까지 기약 없는 기나긴 세월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며 견뎌낼 자신이 없어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이양은 “고교 입학 직후 문학소녀로 한창 소설가의 꿈에 부풀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이렇게
눈치 볼 일이 아니었는데 갈수록 부모님의 사업도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내 꿈만을 쫓는다는 것이 어쩐지 허황된 욕심이고 이기심만 앞선 것 같아 잠시 꿈을 접기로 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양은 영문학 대신 불경기에도 인력 수요가 높다는 회계학 전공으로 진로를 바꾸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라고. 평소 탁월한 수학 실력을 인정받아온 박재웅(18·플러싱 거주)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순수하게 수학만 연구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박군은 주위에서 그 정도 수학 실력이면 충분히 장래 돈벌이가 되는 이공계로 전공을 바꾸라는 유혹을 계속 받아왔고 요즘 한창 갈등이 깊어가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미국에서도 정작 수학교사가 모자랄 정도로 순수 수학과 전공자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왕이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전공이 여러모로 낫다는 주변인들의 조언이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 정도란다. 졸업 후 취업도 잘되고 돈도 많이 버는 소위 잘나가는 전공학과로 학생들이 몰리기는 비단 올해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불경기가 깊어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뉴욕 업스테이트 올바니대학만해도 최근 5년간 경영학과 전공자가 921명에서 1,032명으로 늘었고 컴퓨터 공학과도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전공자가 50%나 증가했다. 화학과 생물학
도 60%와 19%씩 증가한 반면, 사회학과 철학 등 인문학 계열은 거꾸로 11%가 줄었다. 이는 타 대학도 대동소이한 상황이란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대학생 남매를 둔 탓에 매년 학비를 대느라 등골이 휠 지경이라는 백모씨 부부는 “명문대학 졸업장보다도 그저 그런 대학이라도 전공학과를 얼마나 현명하게 선택하느냐가 돈 많이 버는 성공한 사회인이 되는 길이란 사실을 주위의 여러 가정을 보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며 “이왕 비싼 등록금을 내고 어렵게 공부하는 대학 교육인데 부모가 힘들게 가르친 만큼 졸업 후에도 잘되는 방향으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현실적이라는 것이 솔직한 부모 마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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