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사랑과 결혼: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교회 청년부 하계수양회가 있었다. 200여명의 20-30대 청년들이 2박3일 동안 한 대학 기숙사에 머물게 되었다.
호흡이 닿을 만한 반경 안으로 모인 적지 않은 수의 청년들은 강의실과 카페테리아 그리고 기숙사를 오가면서 아직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주제에 대해 끊이지 않는 토론을 이어갔다.
주 강사로 오셨던 교수님은 결혼에 앞서 먼저 가장 깊은 자신과 대면하라는 주제로 전체 강의의 시작을 열었다. 두 사람이 모여 하나가 되는 결혼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상대방에 앞서 자신을 정확히 알고 이해하는 것은 의무라 할만하다.
사람은 누구나 독보적이고 독특한 독립체이다. 그래서 이런 한 독특함이 또 다른 독특함과 조합이 되어 온전하게 완성되는 결혼의 그림을 기대한다면, 그건 동시에 객관적이고 건강한 자아상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수양회 기간 내내 결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 이상의 행복을 좌우할 중요한 결정을 앞둔 청춘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무언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대감에 앞서 많은 부담감을 주는 것 역시 사실이다.
윌리엄 몰턴 마스든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아라. 그때부터 당신은 나비를 쫓아다니는 일을 그만두고 금을 캐러 다니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청춘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복적으로 소모적인 실수들을 하고 있다면 그것을 돌릴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양회 동안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칠 새 없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고, 또 비교적 선명한 청사진을 내보일 수 있는 청년들은 많지 않았다. 이상적인 상대방을 찾기에만 급급했지 정작 결혼의 반을 완성할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의 모습이었다.
이제 나비처럼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눈앞의 화려함보다는, 보다 값지고 영원하며 다루기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금은 단순히 캐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캐낸 금을 순도 높은 정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금을 캔 사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기회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일, 사랑, 결혼 … 참 할 일 많고 중요한 결정들이 줄지어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푸른 봄철을 의미하는 ‘청춘’이라는 단어가 있나 보다. 청춘은 붉은 열매나 화려한 꽃과 같이 아직 어떠한 결론을 이야기해야 할 정도의 농익음을 요구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아직은 낯선 결혼이라는 이름의 이방 도시를 향해 걷는 청춘들. 길고도 짧은 인생여행기에 쓰여 질 많은 이야기들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걷고 있다. 가끔은 두려움과 초조함에 머뭇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안은 이 길이 혼자만 걸어야 하는 좁은 길도 아니고 끝이 어두운 막다른 길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각자의 신도시에 도착할 지금 내 주위의 많은 청춘들이, 그리고 내가 훗날 이 여정을 어떻게 기억해낼지 궁금해진다.
노유미 / CSUN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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