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법무부는 최근 애리조나주 불법이민자 단속법 ‘SB 1070’이 위헌이라며, 애리조나 주를 제소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소재 연방 지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법무부는 연방의회가 제정한 이민법이 있는데도, 애리조나 주의회가 별도의 이민법을 만드는 것은 연방헌법 제6조 ‘연방법률 우위의 원칙’(supremacy clause)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 법무부는 오는 7월29일부터 발효되는 이 법의 집행을 본안 심리가 끝날 때까지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함께 제출했다. 연방 법무부는 애리조나주가 이민법을 규제하는 것은 주 경계선을 넘는 인력 및 통상에 관한 사안은 연방 의회가 법률로 규제할 수 있다는 연방 헌법 1조 ‘통상조항’(Commerce Clause)에도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SB 1070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조리하다. 연방법이 민사적인 위반사항이라고 보고 있는 단순 체류신분 위반까지 형사 처벌하겠다는 것부터 넌센스이다. 더구나 애리조나 주민은 누구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민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니 이 역시 희한한 조항이다.
연방지방 법원은 일단 법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은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187’이 걸었던 과정을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불법체류자의 공공혜택과 공립교육 금지를 골자로 한 주민발의안 187은 1994년 유권자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이민자 권리웅호단체들이 LA 소재 연방 지방법원에 법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국 연방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가 이민 관련법을 만드는 것은 위헌이라며 법 시행 자체를 막았다. 주정부는 곧 항소를 했다. 그러나 주지사가 바뀌면서 항소 자체를 포기해 유아무야되고 말았다.
SB 1070은 사안이 중대하고 정치적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위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성문화된 것은 여론이 밑받침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지금도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력히 희망하는 애리조나 주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공화당도 이 법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중산층의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이 법을 연방 법무부가 반대하고 있는 데는 민주당 행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리적 모순을 안고 있는 이 법을 법원에서 다툰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주목하는 것은 두꺼운 히스패닉 유권자 층이다.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이 법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법을 반대하고 공화당이 이 법은 찬성하면 결국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는 어디로 갈 지 자명하다.
이민 SB 1070를 둘러싼 소동이 이민자 사회에 손해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민법 개혁안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이 법안을 둘러싼 논쟁의 불씨는 대법원으로 이 케이스가 넘어갈 때까지 꺼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이민법 개혁안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SB 1070이 이민개혁안을 꽃피게 하는 밑거름이 되는 역설이 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원하기만 하면, 굳이 이번 소송이 아니더라도 애리조나주의 SB 1070의 시행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애리조나주가 이 법을 시행하려면 신분확인이 필수적이다. 애리조나 경찰이 이민신분을 확인하려면, 연방정부의 데이터베이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연방 정부가 애리조나주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 법은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다.
김성환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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