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월드컵 최초 16강 진출, 천만번 또 들어도 신나는 쾌거다. 보고 또 봐도 흥겨운 축제다. 한국전(1950-1953)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첫선을 보였다가 무참한 연패를 당하고 물러선지 56년만에 일궈낸 낭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홈필드 프리미엄에 편승한 일과성 돌풍에 불과했다고 깎아내리는 이들에게 한국축구의 위용과 가능성을 성적으로 보여준 신풀이다.
태극사단의 질주는 예서 멈출 수 없다. 한 고비만 더 넘기면 8강 고지다. 명실상부한 축구 열강 엘리트 에잇(Elite Eight)으로 향하는 외나무다리, 그곳에 또다른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가 버티고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 B조 2위 한국이 26일(토) 오전 7시 A조 1위 우르과이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인다. 장소는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테디엄. 지난 12일 B조 1차전에서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2대0으로 완파하고 멀고도 험한 16강행을 향한 상
큼한 스타트를 끊었던 곳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태극사단은 내친김에 16강을 넘어 8강에 오르겠다는 결의에 차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현지취재진은 전하고 있다.
태극사단은 또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에 뼈아픈 0대1 패배를 안겨줬던 우루과이에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허정무 감독은 아르헨티나전 자책골을 나이지리아전 명품골로 상쇄하며 골사냥의 감을 잡은 박주영을 변함없이 최전방에 포진시키고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믿는 발’ 박지성과 이청용, 정교한 킥력을 자랑하는 기성용, 몸싸움에 능한 족쇄맨 김정우를 중원에 배치하는 등 기존의 V포메이션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우루과이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의 코칭스탭은 특히 우루과이가 이번 본선대회 조별리그 3게임에서는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았으나(4득점0실점) 남미지역 예선에서 수시로 수비불안(18경기 20실점)을 드러냈다며 기동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발빠른 공격을 펼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태극사단이 가다듬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역시 수비다. 우루과이의 노장 수퍼스타 디에고 포를란과 떠오르는 왕별 루이스 수아레스가 돌파력과 슈팅력이 탁월한데다 순간순간 자리를 바꿔가며 수비진을 교란, 쉽고도 빠르게 상대골문을 유린하는 득점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딘손 카바니가 가세한 삼각편대는 아르헨티나의 삼각편대(메시, 테베스, 이과인)만큼은 아니어도 누구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위험물들이다. 중앙이든 측면이든 패턴있는 공세차단에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다가도 임기응변이 요구되는 변화무쌍 상황에서는 눈앞의 사람이나 공만 쫓다 뒷공간을 내주기 일쑤인 한국수비진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 경기는 ESPN을 통해 생중계된다. 북가주 한인사회 곳곳에서의 합동응원도 변함없이 계속된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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