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리
내가 사는 아파트는 매우 오래된 낡은 아파트다.
너무 낡아서 문짝도 부서지고 아무리 쓸고 닦아도 빛이 안나는 서민아파트다.
자주 고급콘도에 사는 지인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 고급 콘도에 맞게 가구, 찻잔등 우아한 실내장식속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경을 벗 삼아 차를 대접받다 보면 나 또한 참으로 우아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내 아파트로 돌아오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난 여길 떠날 수 없다. 코너 유닛으로 문을 열어 놔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한 밤이면 코너 뒤쪽으로 나가 체조를 할라치면 달도 별도 웃는다.
아침 일찍 커피를 내리려 주방에 가면 열어 놓은 창문으로 5층까지 자란 맹고나무 꼭대기에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며 아침 인사를 한다.
언젠가 꼭 기다려 받아야 하는 급한 소포배달이 있었다. 집에서 기다리다 배달부의 전화 벨 소리를 듣고 좀 지체하다 뛰어 나갔다. 그런데 이미 우체부가 차를 몰고 이웃으로 가고 있었다.
저절로 “아이구, 아이구 저걸 어째…” 손을 저으며 우체국 차를 뒤 쫓았다. 이를 본 아파트 관리 아저씨가 들고 있던 빗자루를 내던지고 우체부 차를 쫓기 시작했다. 기어이 우체부 아저씨를 붙잡아 내 집으로 온 소포를 들고 오셨다.
내가 꼭 받아야 했던 그 소포를 들고 나에게 건네주는 베트남 관리 아저씨… 아침에 새로 구어 낸 따끈한 빵을 건네주면 언제나 정말 맛있다며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나는 비롯 오래되어 이곳 저곳이 낡아 아무리 닦아도 빛이 나지 않는 이 아파트가 좋다.
순박한 베트남 관리 아저씨가 있고 주근깨가 가득인 귀여운 백인 여자 아이 이웃이 사랑스럽다. 아들이 이라크에서 해군으로 복무중인 한 이웃은 가끔 이웃들과 기도를 하자고 조르기도 한다.
맹고나무 단골 고객인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문득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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