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설렘을 안고 떠났던 고국에서의 연주 여행. 나를 발견하고, 나를 채우고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박 트리오’라는 연주 팀에 속해 있다. 형 박윤재가 바이얼린을, 형수 박수정이 첼로를, 그리고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노 트리오 그룹이다. 해마다 큰 행사가 있으면 피아니스트인 아내 박성연도 함께 참여해 가족 모두가 연주회를 열곤 한다.

이번 한국 연주여행 역시 그러했다. 포스코 그룹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경상북도 포항의 효자 아트홀에서 열렸다. 그곳에서 받은 따뜻한 박수갈채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는 서울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마에스트로 금난새씨가 이끄는 유라시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군산 시향과의 협연, 목포 사랑의 교회에서의 음악 집회 등 크고 작은 연주회를 했다.

힘든 일정이었지만 연주를 통해 행복을 전할 수 있었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연주자와 관객이 행복을 교감한 순간들의 기억은 귀국한 지금까지도 깨어나고 싶지 않은 행복한 꿈과 같다.

하지만 이번 고국 연주여행에서 나는 다른 곳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군산, 대전, 서울 등지에서 열렸던 공개 레슨(master class)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젊은 음악도들을 앞에 두고, 그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의 철학을 전하고,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연주하며 그들에게 음악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꿈’을 전해 줄 수 있었다. 학부형과 학생들로 가득 찬 공개 레슨 홀, 미국에서 온 피아니스트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청중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미국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은 잊고 지낼 때가 많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은 아직도 동경의 나라라는 사실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배우고 익힌 음악인을 향한 그들의 선망의 눈빛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들에게 나는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해외 유학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 막연한 꿈이 ‘비전’이 될 수 있는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채색의 꿈에 색깔을 입히는 조력자가 되고 싶었다. 사랑하는 조카에게 조언하듯 최선을 다해 설명했고,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선생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아내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 국민들과 미주 한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였다. 분명한 것은, 자유와 풍요의 나라 미국에 사는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풍요로운 현실에 묻혀 그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그와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지런한 생활양식과 그를 통해 쌓은 전문성을 확인했다. 20, 30여 년 전 한국을 떠날 때의 사고방식과 수준을 못 떨쳐버리는 이민자들, 그 속에 갇혀 있는 우리를 보며 우스갯소리로 ‘나성구’에 살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이번 여행을 통해 변화와 자극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꿈’을 위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서는 한국 음악도들에게 내가 자극이 되었듯, 나 역시 그들을 통해 다시 한번 발전된 나를 다짐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 후손들에게 ‘나성구’를 물려주지 않는 발전된 미주 한인이 되길 희망해 본다.


앤드루 박 / ‘박 트리오’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