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대한검도회가 주최한 2010 미동부 춘계 검도 챔피언십 대회가 열렸던 뉴저지 성무관 강당. 앳된 얼굴의 여학생이 호구를 눌러쓰고 천천히 죽도를 치켜들며 조용히 호흡을 고르고 있다. 그리고 주심이 대결을 알리는 구령이 떨어지자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이내 앞으로 돌진하며 상대의 머리를 내리치고,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롱아일랜드 맨하셋 소재 세인트 메리스 고교(St. Marys High School) 9학년에 재학 중인 강지수(미국명 Staecy) 양이 주축이 된 대검관이 단체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이었다. 대회 참가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팀이 과감한 공격을 구사하며 승리로 이끈 강 양에 대해 ‘우승의 주역’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강 양은 이번 대회 여자부 개인전 13~14세 연령급에도 출전, 은메달을 거머쥐며 대검관이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현재 대한검도회 공인 초단인 강 양이 검도에 처음 입문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인 8살 때. 마인드 컨트롤과 집중력을 길러주고 싶었던 부모님의 손을 이끌려 간 검도장에서 처음 죽도를 잡은 후 검도 재미(?)에 흠뻑 빠져 버린 게 동기가 됐다.
아버지 강삼석씨와 어머니 구경미씨는 “골프나 발레 등에는 흥미를 못 느끼던 지수가 검도에는 금새 흥미를 보이더라구요. 오히려 학교만 다녀오면 검도장에 가자고 조를 정도 였어요. 솔직히 거칠고 격한 검도의 특성상 남자애들에게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오랫동안 시키고 싶진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검도에 대한 강 양의 사랑과 열정은 남다르다. 검도를 배우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9년 동안 한주도 빠짐없이 도장에 다니고 있는 강 양은 플
러싱 패링턴스트릿에 있었던 도장이 2004년 롱아일랜드 사이요셋으로 이사한 후에는 칼리지포인트 집에서 매주 2~3회씩 어머니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도장에 출석을 할 정도로 검도에 지극정성을 보였다.
지난해 7월 강 양의 집도 롱아일랜드 로즐린으로 이사를 하게 돼 그나마 어머니의 수고는 조금 덜었만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도장에 나가는 날은 많아졌다. 이 같은 열정 덕분에 강 양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 지금까지 획득한 금, 은, 동 메달수만 해도 10개도 넘을 정도로 이제는 미동부 일원에서 동급 최고의 여검객으로 통하고 있다. “이제 검도를 빼 논 저의 인생은 상상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강한 정신력과 마인드컨트롤, 집중력을 키워주는 검도의 장점 말고도 도복이 흠뻑 젖을 정도로 죽도를 휘두른 뒤 호구를 벗어 내려 놓을 때의 그 상쾌함이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에요”
벌써 9년째 강 양을 지도하고 있는 곽은석 대검관장은 "그 어느 또래의 남자 못지 않게 검도에 적합한 체격과 파워, 기술을 골고루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연습 벌레’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라서 장래가 매우 촉망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업 능력도 뛰어나 학교 성적(GPA)이 95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강 양은 요즘 학교 측과 중요한 프로젝트를 놓고 열띤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바로 학교내에 검도부를 신설하는 것. 이번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면 강 양은 뉴욕일원 최초로 고등학교에 검도부를 만드는 주역이 된다.현재 학교 측에 제출할 자료를 정리 중인 강 양은 “체력 증진과 정신력 강화는 물론 인성교육
에도 최고인 검도를 미국 청소년들에게도 보급하고 싶어 검도부 창설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학교 측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아마도 올 9월부터는 저희 학교에 검도부가 생기게 될 것 같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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