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을 일컬어 뭐라 하던가. ‘아이패드의 시대’라고 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아이폰 시대였고, 그 이전 해는 아이팟(애플 ipod) 시대였고, 그전에는 또 맥북(애플 노트북)의 시대였던 것 같다.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기계들은 앞선 트렌드를 갈아치우고, 꾸준히 많은 사람들을 ‘기계치 늙은이’ 대열에 합류시키며, 숨 가쁘게 소비를 촉진하는 듯하다. 당연히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마다 쇼핑 목록은 길어져 가고, 지출해야할 금액의 단위는 높아져 간다.
이런 뉴미디어 신상품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해 보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지만, 집안 책상 주변에 쌓여 가는 구식 모델들을 보고 있자면 의아하기 그지없다.
사실상 기능면에서 따져보자면, 아이폰 시대였을 때도, 그 이전 아이팟 시대였을 때도, 맥북 시대였을 때도 음악을 듣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지도를 찾고, 책을 파일로 다운받아 읽고,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 기계들의 대부분의 기능은 이미 맥북의 테크놀로지로도 가능했으며, 그 집합체인 컴퓨터 하나에 모두 내재되어 있던 것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가방에 무게만 더할 이 상품들 하나하나가 아니라, 이 기능을 하나로 합친 노트북을 가장 가볍고 가장 작게 만든 기계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상품들도 그랬던 것 같다. 냉장고를 만들면서 냉동고를 따로 만들어 팔고, 김치냉장고를 출시하더니, 와인냉장고에 심지어 화장품 냉장고까지 따로 만들어 우리에게 사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럴 바에야 냉장고 하나에 와인도 넣고, 김치도 넣고, 화장품도 따로 보관하고, 요거트 까지 넣을 수 있도록 그냥 크게 하나로 통합해 칸칸 마다 온도를 달리해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정수기를 통하지 않으면 더러운 물이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상상만으로 정수기를 집안 곳곳에 들여놓으니, 이제는 정수된 물은 미네랄 성분까지도 걸러내 좋지 않다며 미네랄은 남겨두는 새로운 정수기를 구입하라고 광고를 한다. 아니 그럼, 이전까지 구입했던 정수기는 오히려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계였다는 말 아닌가. 그러나 정수기를 판매한 사람에게 난 한번도 사과의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나에게는 그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설명만 강요되는 듯싶다. 아이패드가 맥북과 별 차이 없다는 것을, 일반 냉장고에 화장품도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정수기를 통과하지 않은 수돗물도 잘 끓이기만 하면 오히려 건강에 필요한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이들이 나쁜 사람일까, 그냥 이들의 말을 믿고 상품을 사들이는 우리가 바보인 걸까.
과소비를 조장하는 상술과 이를 촉진하는 온갖 기능들은 진보하는데 반해 소비자인 우리는 판단력을 상실한 채 이들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한 게 아닌가 싶다. 새로운 상품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 선택을 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도록 우리는 심리학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문선영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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