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운에서 가장 바쁜 인물을 꼽으라 하면 단연 LA 김선영 미용실 메이컵 담당 백민정(44) 실장이다. 웨딩시즌을 맞아 결혼 당일은 물론 야외촬영까지 예약이 밀려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주말엔 끼니 챙겨먹기가 힘들 정도다.
물론 그녀의 이 숨 돌릴 틈 없는 스케줄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어느새 ‘이 바닥’에서 예비 신부들과 울고 웃은 지 20년이 훌쩍 넘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백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LA뿐 아니라 남가주, 아니 미 전국 한인예비 신부들에 관한 유쾌한 비화(?)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당시엔 가주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신부들 때문에 1년 스케줄이 빡빡하게 차 있었죠.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한인들은 물론 아시안 신부들도 대부분 다 이곳에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시절엔 주말엔 새벽 4시부터 출근해 12시간 이상씩 일하는게 다반사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신부들을 만나다보니 백 실장의 이야기보따리는 한도 끝도 없다.
“초창기엔 타주에서도 많이 왔는데 마이애미에서 온 신부는 저녁 늦게 와서 헤어에 메이컵까지 완벽하게 하고 가서 다음날 아침 예식까지 앉아 잤다고 하더라고요. 또 우여곡절 끝 결혼하는 한 신부는 메이컵 내내 계속 눈물을 흘려서 화장을 몇 번이나 지웠다 고쳤다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가하면 야외촬영까지 마친 커플이 당일 파혼해서 예약이 펑크나 당황한 적도 있었죠.”
이처럼 수많은 사연과 함께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백 실장의 메이컵은 예비 신부들 사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다. 오랜 노하우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그녀의 성실한 자세 덕에 최고의 신부가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한인타운에서 메이컵 아티스트로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30% 가까운 타인종 고객들을 위해 그들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도 알아야 하고 1세 한인들과 2세들이 선호하는 메이컵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꿰고 있어야 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엄청 까다로운 시장이죠.”
이제쯤 자만해도 누가 뭐라 할 이 없는 ‘프로’의 겸손함이 묻어나는, 그러면서도 왜 여전히 그녀가 ‘이 바닥’ 최고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주현 기자>
메이컵 아티스트 백민정씨가 화장 도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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