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M 보도 ‘사이공의 마사지 걸’
▶ 크로니클지 ‘00의 일기’ 압축판
2006년 가을, SF크로니클지에 한인 마사지 걸에 관한 ‘00의 일기’가 실렸다. 한인사회는 발끈했다. 비대위가 구성됐다. 문제의 시리즈가 한국 한(국)인 한인사회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항의했다. 크로니클지는 팩트에 바탕한 것이라며 시리즈를 방어하는 대신 이로 인한 악영향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한인사회에 대한 긍정적 후속기사 게재를 약속하면서 00의 일기 파동은 진정됐다.
불법 마사지 팔러와 중첩된 코리안의 이미지는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이후로도 마사지 팔러 단속에서 걸렸다 하면 십중팔구 코리안이었다. 마사지 걸. 법적 제재와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위험한 돈벌이 전선에 나서게 됐을까. 본보는 00의 일기 파동을 계기로 몇몇 사례를 취재했다. 한국에 남은 가족을 부양하는 효녀 등 마사지 걸들의 다양한 일면을 확인했다. 그러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분위기 때문에 기사화는 보류됐다.
끝내 탈고안된 한인 마사지 걸의 사연을 판박이한 듯한 베트남 마사지 걸의 사연이 최근 소수계 언론연합 뉴 아메리카 미디어(NAM)에 소개됐다. 베트남계인 앤드류 램 기자가 호치민시(옛 사이공)에서 일하는 마사지 걸 랜 팜 양(21) 스토리를 증언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다음은 간추린 내용이다.
나는 안지앙현 출신이다. 농사짓는 부모님은 늘 빚에 쪼들렸다. 자식 4명을 먹여살릴 수 없었다. 언니는 17살 때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타이완의 노인에게 시집갔다. 언니는 1년에 한번쯤 돈을 보내줬다. 언니는 몇년째 소식이 끊겼다. 우리는 다시 빚에 허덕이게 됐다. 언니가 보내주는 돈으로 집을 고치기 시작했는데 밑천을 댈 수 없게 됐다. 식구 돌보는 일은 내 차례가 됐다.
나는 둘째딸이다. 내 삶보다 식구가 중요하다. 식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지금 이 일을 좋아서 할까? 미쳤나? 그건 내 인생을 망쳤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겠다, 식구들이 굶주리거나 쫓겨나는 걸 보느니 이게 훨씬 낫다고.
사이공에는 나처럼 지방 출신들이 수두룩하다. 텟(베트남 설날)이 되면 거리는 텅 빈다. 그게 우리가 일에서 해방돼 가족과 함께 지내는 유일한 시간이다. 사이공 토박이들은 우리 같은 지방출신을 업신여기고 글도 못읽는 멍청이로 본다.
나는 반에서 거의 탑이었다. 생계 때문에 9학년 때 자퇴해야 했다.
신문에는 으리으리한 빌라와 골프장, 수백만달러 투자 등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정부가 지은 지방의 다리들은 툭하면 붕괴된다.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홈리스들을 위한 쉘터를 짓겠다. 손님들 중 더러 기분이 좋아져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말짱 거짓말이다. 몇번 더 오고는 다시 오지 않는다. 베트남 남자들은 여자를, 특히 나같은 여자를 쓰레기 취급한다. 팁도 짜다. 기껏 서비스를 받고도 모욕을 준다. 가끔 나는 그들의 등을 밟아주는데(백 워킹 마사지) 목을 쾅 밟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다만 돈을 번다. 가족이 살아남고 두 동생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벌어야 한다. 이런 일을 오래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요리사나 공장직공으로 일하면 벌이가 적어 식구가 곤란해진다. 달리 살아남으려면 스킬이 필요하지만 그걸 배우려면 돈을 들여 학교에 다녀야 한다.
결혼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마사지사를 나쁜 사람 취급하니 선량한 누구와 만날 기회조차 없다. 그러나 마사지 걸들도 꿈을 갖고 있다. 나는 언젠가 좋은 남편을 만나기를 꿈꾼다. 돈을 많이 벌어 언니를 찾아내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 멋진 집을 지어 온 식구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다.
<정태수 기자/증언출처-뉴 아메리카 미디어(New America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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