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모으면 승인”
안일한 대처 문제
“돈만 모으면 감독국 증자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지난 12일 감독국이 명령한 증자명령을 충족시키는 1,996만달러 주식청약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던 아이비은행이 발표 불과 나흘만인 지난 16일 전격 강제폐쇄 조치를 당한 것에 대해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아이비은행의 감독국과의 사전 협의 부재 등 미숙하고 안일한 대응이 자초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감독국과 사전협의 조율 거의 없어
CCO 등 1년간 공백 대출심사 허점
지난달 6,060만달러 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극적으로 회생에 성공한 새한은행 관계자는 “감독국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예상치 않았던 서프라이즈(surprise)로 증자 추진부터 감독국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증자의 모든 진행과정을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비은행의 경우 이같은 사전협의와 조율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급하게 모은 투자금 역시 감독국 입장에서는 경영권 변동심사가 필요한 서프라이즈 투자금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비은행은 자금을 확보한 후에야 지난 14일과 15일 감독국을 방문, 승인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감독국은 이미 지난 13일에 중앙은행과 인수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독국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유지는 은행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다. 그래서 주류은행은 물론 한인은행들도 감독국과의 창구 담당자 인선은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다.
■경영진 공백과 관리 부재
아이비은행의 경우 이같은 감독국과의 창구역할을 해야 할 최고대출책임자(CC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최고 경영진이 지난 1년간 사실상 공백상태로 있으면서 은행의 생존과 직격된 대출심사와 재무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2009년 2월 홍승훈 행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임명된 김종국 행장대행은 폐쇄 일까지 감독국이 끝내 승인을 거부, 지난 1년간 경영전반과 직원 장악 등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사진 감독기능 전무
아이비은행 이사진의 감독 부재도 이번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이비은행 이사진은 어느 한인은행 이사진과 비교해도 재력과 함께 사업가로는 명망이 있는 인사들이 다수 있었지만 정작 은행이나 금융 전문가는 없어, 이사진의 감독 기능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재정 전문가였던 2명의 미국인 이사가 2008년 사임하면서 이같은 감독 공백은 더욱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제재조치중 가장 강도가 센 강제 시정명령(C&D)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받았다는 사실이 아이비은행의 심각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비은행의 파산 배경에는 경영진의 여신관리 실패와 경영진 공백, 또 이사진의 감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아이비은행 파산은 감독국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조율을 통해 은행이 감독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졌다”며 “또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한인은행들에게는 감독국이 자금의 출처와 성격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조환동 기자>
아이비은행의 파산 배경에는 경영진의 관리부실과 이사진의 감독부재가 총체적으로 작용했다. 사진은 아이비은행의 LA 다운타운 지점 건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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