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제 막 두살반 된 아들을 키우며 이 말을 절실히 깨닫는다. 음악에 대해, 그리고 음악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에게 전해 왔지만, 아이를 키우며 내가 왜 음악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나는 한 순간에 깨닫게 되었다.
부부 모두 음악을 하다 보니, 우리 아이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말장난을 하듯 선율이나 리듬을 통해 나와 놀이를 하곤 한다. 자기 머릿속에 상상한 멜로디를 노래한 다음, 나에게 똑같이 따라 해보라고 한다. 내가 그대로 따라하면 빙그레 웃으며 바로 조금 전 멜로디를 조금 변형시켜 새로운 멜로디를 나에게 또 따라하라 한다.
자식 자랑하는 부모는 팔불출이라지만, 나는 아이와 음악놀이를 하며 아이가 가지고 있는 창의력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전혀 다른 선율 수십 개를 본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또는 자신이 아는 노랫가락에 수십 개의 다른 리듬을, 때로는 말도 되지 않는 가사를 바꾸어가며 노래 부를 수 있을까.
음악은 자기를 표현하고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일종의 감성언어라 할 수 있다.
음악을 통해 생각하고(think), 느끼고(feel), 표현하고(express), 그리고 나눌 수(share) 있다.
실제로 나는 집에서는 아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만큼 많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말을 시작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듯,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하고 들으며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차 안에서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도착할 때까지 그 곡을 반복해 듣고, 빠른 템포의 댄스곡이나 왈츠가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흔든다. 또 가끔 슬픈 단조 곡의 선율이 흐르면 우울해 하며 곡을 바꿔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루는 아들이 부엌 선반에 놓인 온갖 냄비들과 그릇들, 청소함에 있는 진공청소기 부속품들과 각종 상자들을 즐비하게 나열해 놓고 우리 부부를 초청했다. 그리고는 숟가락, 젓가락, 연필, 주걱 등을 나누어 주며 “아빠는 이거, 엄마는 저거, 이안이는 이거…”하며 각각의 악기를 배정해 주고 드럼놀이를 하자고 했다. 신나게 각종 주방용품들을 두들기고 있는데 “여기는 살살, 이제는 천천히, 아빠는 크게, 엄마는 그만해…”하며 그룹사운드를 지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놀았다. 웃고 떠들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사랑의 대화가 오고감을 확신할 수 있었다.
요즘 부모들은 정말로 다방면에 신경을 많이 쓰며 아이들을 키운다. 하지만 간혹 아이들에게 음악이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무심코 지나칠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해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침에 빵을 먹으며 등교준비를 할 때에는 그리그의 ‘아침의 노래’를 들려주고, 점심에 돈까스를 먹을 때에는 쇼팽의 우아한 왈츠를, 저녁식사로 된장찌개와 한식을 준비할 땐 우리가락인 대금을 들려주면 어떨까? 우리 아이의 인생이 음악으로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기 전에 자녀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교감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가정 안에서 음악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나는 쇼팽의 협주곡 E 마이너 제2악장을 듣고 있다. 주룩주룩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음악과 어울려, 오늘 이 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기분, 이런 음악… 내 아이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다.
앤드루 박 / 음악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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