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워싱턴 호남향우회 이사회에서는 두툼한 자료가 나눠졌다. 2009년 회장으로 있던 오성동씨가 제출한 회계결산 자료였다.
모두 20페이지의 자료집에는 그가 1년 재임 기간 쓴 돈의 내역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총 지출과 수입은 물론 1월부터 12월까지 사용한 돈이 월별로 정리돼 있었다. 또 언제, 어디다, 어떻게, 얼마를 사용했는지를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여기다 돈 사용을 현금으로 했는지, 카드로 했는지도 빠트리지 않았다.
특히 5.18 기념식이나 설 잔치 등 주요 행사 항목은 별지에 그 내역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수입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누가, 얼마를, 무엇으로 냈는지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해놓았다. 화환과 쿠폰 내용은 물론 단돈 1센트까지도 빠진 게 없었다. 회계 보고서는 향우회 감사인 노의일 세무사의 검증을 거친 것이었다.
자료집을 닫는 순간 참석자들은 물론 기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참석자는 단체 활동 30년 동안 이 같은 회계 보고서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실 회계보고란 말은 쉽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 큰돈도 아닌데다 받고 쓰는 게 들쭉날쭉 하다 보니 주머니돈인지 공금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많다”는 한 단체장의 토로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기록하는 것도 그렇다. 수입과 지출이 수시로 이뤄지다 보니 웬만한 정성으로는 매번 장부에 꼼꼼히 기재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회장 1인 체제로 움직이다 보니 사정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주먹구구식의 ‘편리한’ 회계가 만연하다 보니 ‘사고’도 가끔씩 난다. 재정사고가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실수인지 확인할 방법은 난감하지만.
그러다 보면 당사자의 인격은 물론 그 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만다. 단체뿐만 아니다. 일년에 수십만 달러를 커뮤니티에서 거둬쓰는 비영리단체도 제대로 회계 내역을 공개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상당수의 종교기관도 재정 문제로 늘 시끄럽다.
그럼에도 많은 단체들이 재정 투명화에 앞장서고 있다. 재정 내용을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북버지니아 한인회나 매달 회원들에게 재정 내역서를 이메일로 보내는 원주 카리타스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일 것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주판을 두들기던 시대는 끝났다. 사람들은 어항 속의 금붕어를 들여다보듯 투명한 재정, 클린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호남향우회의 ‘작은 혁명’이 깨끗하고 투명한 한인사회를 만드는 자극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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