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종종 한 주제와 관련하여 과도하게 넘쳐나는 정보와 의견의 양에 압도될 때가 있다. 최근의 한 예는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수상 같은 좋은 소식이었다. 관심과 동조의 의견들이 폭죽같이 터져 나왔다.
댓글들은 서둘러 어떤 결론에 이르기라도 해야 한다는 듯 격렬하게 서로의 감정적인 동요와 동조를 유도한다. 이런 양상을 모니터 속 글자로 대할 때면 그 모두가 사람의 교류라기보다는 삭막하고 몰인정한 철자의 교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밤새 모인 글들은 이른 아침이면 거대한 크기의 ‘먹색 권위’가 되어 일종의 불가침 영역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건 사고 이슈들은 많은 글소리가 옳다고 인정한 방향으로 단기간 내 일단락된다.
이것은 과연 대화일까? 서로 댓글들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대화일까? 이런 글소리는 독백이나 주장이 아닌 대화의 요소를 제대로 만족시키고 있는 것일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대화의 달인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가 어떠한 사상과 논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그의 철학은 몰라도 이름은 누구나 익히 들어봤을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그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단 한 권의 저서도 직접 남긴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를 추측할 수 있는 근거는 그와 동시대를 머릿속으로 또 입 밖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동료철학자들의 책들이다. 적어도 한 단계 이상 건너뛴 그에 대한 묘사나 기록이 얼마나 정확히 소크라테스의 대화 사랑을 표현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끊임없이 격정적이고 자극적인 토론으로 아테네 시민을 불경스러운 지경으로까지 타락시켰다는 죄명으로 사형을 언도 받는 자리에서 또 다른 토론을 시작했다는 역사자료는 그간의 기록들이 꽤나 신빙성 있음을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자신과 타인의 무지를 깨우치는 데서 시작하고 또 끝이 난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그의 외침처럼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우리 모두가 진리를 알고 또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완벽히 지혜롭지 않다는 전제에서 대화를 시작한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는 부족하지만 함께라면 더 나은 생각과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대화법 분야에서 그의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프로타고라스의 접근과 배치된다. 프로타고라스 대화법은 상대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더 나은 가치나 진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의 대화법은 상대방의 의견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신하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웅변과 변론의 효용을 지지한다. 꼭 오늘날 우리의 모습처럼 말이다.
우리는 믿음이 너무나도 쉽게 집단화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큰 고민 없이 안전한 다수의 입장을 받아들인다. 이런 오늘을 살자니 목숨을 걸면서까지 고민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크라테스가 그리워진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생각조차 인터넷 속도라는 무게에 눌려 사는 현대인들에게 새삼 가치 있는 도전을 한다. 내가 부족하고 네가 부족해서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또 일단 상대방도 옳을 수 있다는 평화로운 가정으로 대화를 시작하자고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맞닿는 대화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수준을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또 나를 이해하고 결국 둘이 함께 모여 공생하는 사회를 이해하는 시작이 될 테니 말이다.
노유미 / CSUN 대학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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