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1912 - 1995)
애인과 함께 산골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술 마시는 사내들이면 한번쯤 가져볼만한, 평범하고 조금 유치한 듯한 낭만에 미학적 옷을 입힌 것은 ‘흰 당나귀’다. 신화의 상징물처럼, 이 짐승은 먼 환상의 세계를 독자의 눈앞에 살아 움직이게 한다. 응앙응앙 우는 소리를 통해,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사랑을 나누는,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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