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숀 페이튼 뉴올리언스 감독 배짱 빛난 한 판
▶ 수퍼보울 XLIV 결산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창단 43년 만에 챔피언의 꿈을 이룬 감동 드라마 수퍼보울 XLIV(44)는 그 무엇보다 숀 페이튼(46) 세인츠 감독의 두둑한 배짱과 전술이 눈에 띈 한 판이었다. 이번에는 최우수 선수(MVP)상 대신 최우수 감독상을 줘야했을 정도로 그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페이튼 세인츠 감독은 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NFL 결승에서 승패를 떠나 ‘후회 없는 일전’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줬다. 워낙 ‘도박’을 많이 해 이 경기에서 졌다면 ‘무리수’를 연발, 패인을 제공했다는 비난만 지금 잔뜩 듣고 있을지언정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써보지 못한 아쉬움을 ‘링’에 남겨두고 내려오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페이튼 감독은 세인츠가 장장 43년 만에 결승무대에 오른 점을 지적하며 지난주 내내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가 중요한 줄 알면 절대 그 기회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소심해선 우승할 수 없다”고 말하더니 이날 경기에서 행동으로 보여줬다. 3-10으로 뒤진 전반 끝에는 콜츠의 문전에서 막힌 ‘4th & goal’에서 3점이라도 건질 기회를 마다하고 터치다운에 ‘올인’했다가 실패하더니 후반은 더 가능성이 낮은 ‘모험’으로 시작하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그 얼마나 무모(?)한 플레이였으면 수퍼보울 역사상 마지막 4쿼터가 아닌 상황에서는 처음 나온 ‘온사이드(onside) 킥’이었을까.
하지만 페이튼 감독은 이날 항상 이기기 위한 경기를 펼쳤다. ‘정석’ 또는 안전 위주 경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따라서 상대 문전 1야드 앞까지 갔을 때 서슴지 않고 터치다운에 ‘올인’했다. 8일 뉴욕타임스 블로그 기사에 따르면 이때 필드골 성공률은 99%에 이르는 반면 터치다운 가능성은 68%에 불과했다.
세인츠는 전반 종료 1분55초 전 그 32% 실패 가능성에 발목 잡혀 콜츠에 공격권을 내준 뒤 해프타임에 들어가기 전 필드골이라고 한 방 더 얻어맞으면 3-13으로 뒤질 위기였다. 더군다나 세인츠 디펜스는 첫 쿼터에 이미 콜츠에 수퍼보울 역사상 가장 긴 96야드 터치다운 드라이브를 허용,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다.
세인츠는 이때 결국 1야드 전진에 실패했다. 7점은커녕 3점도 건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되면서 공격권을 콜츠에 넘겼다.
그러나 세인츠 디펜스가 “감독이 우리를 믿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힘을 얻은 결과가 나왔다. 사기가 오른 세인츠 디펜스는 3차례 플레이 만에 다시 공격권을 다시 빼앗아왔고, 세인츠 오펜스는 그 전 기회에 필드골을 찬 것과 같은 결과로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한 번 더 생긴 기회에서는 킥커 개럿 하틀리가 44야드 필드골을 차 넣어 6-10으로 다가섰다.
페이튼 감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이 시작되면서 ‘온사이드 킥’이란 기습작전을 들고 나와 콜츠의 허를 찔렀다. 온사이드 킥이란 공을 차서 상대에 넘겨줘야 할 차례인 킥오프 팀이 공격권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수단인데, 공이 미니멈 10야드만 나가거나 상대 선수가 건드린 후에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하지만 공이 상대의 손에 들어갈 경우 그 자리에서 공격을 시작한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한다. 콜츠 쿼터백 페이튼 매닝에게 엔드존까지 약 40야드만 남겨주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페이튼 감독은 이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은 것은 물론 디펜스에게 “너희를 믿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보낸 것이다.
감독의 신임에 감동한 세인츠 디펜스는 결국 코너백 트레이시 포터가 매닝의 패스를 가로채 엔드존까지 74야드를 달린 카운터펀치로 콜츠를 KO시켰다.
“배짱이 없으면 영광도 없다”(No guts, no glory)는 말을 실감나게 해준 수퍼보울이었다.
<이규태 기자>
수퍼보울 XLIV(44)는 숀 페이튼 세인츠 감독의 두둑한 배짱과 전술이 눈에 띈 한 판이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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