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이제 한 달, 아이티의 지진 피해 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티를 돕겠다는 전 세계인들의 사랑의 손길을 보면서 나는 절망의 순간에 피어나는 희망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2010년은 피아니스트인 나에게 음악이 주는 희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작곡가 쇼팽과 슈만의 탄생 200주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음악인들이 이를 기념하며 이들의 음악을 연주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흥분에 들뜨게 된다.
음악사에 길이 남을 음악의 낭만시인 쇼팽과 슈만. 이들은 1810년, 폴란드와 독일에서 태어났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 외에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두 작곡가 모두 특별히 주옥같은 피아노곡들을 많이 작곡했는데, 그들의 음악은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또한 두 음악인의 공통점에는 사랑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쇼팽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와 슈만의 아내였던 클라라 슈만. 각각의 연인들은 그들의 음악 속에 녹아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담아내기도 했다. 비록 쇼팽과 슈만 둘 다 서른아홉, 마흔여섯이란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때론 정열적으로, 때론 고독하고 애절하게 피아노 선율 속에 자신의 삶을 그려낸 것 역시 그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TV를 통해 아이티 태생의 한 미국인 의사가 지진 이후 자신의 모든 걸 뒤로 하고 모국인 아이티로 황급히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가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며 ‘나라사랑’의 대표적 작곡가였던 쇼팽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쇼팽은 마주르카나 폴로네이즈 등 자신의 주요 작품들 안에 조국 폴란드의 민족적 정서와 향취를 많이 품은 리듬과 멜로디를 사용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 속에 모국 폴란드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는 그에게 쇼팽의 스승은 병 속에 고국의 흙을 담아 건넸다고 한다. 쇼팽은 그 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신이 폴란드 사람임을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죽기 전 그의 누이에게 “나의 심장을 조국 폴란드에 묻어다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그의 몸은 프랑스의 페르 라셰즈라는 공동묘지에, 심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의‘성 십자가 교회’에 묻힌 일화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작곡가 슈만은 ‘아내사랑’의 모범을 보여준 음악가다. 음악 역사상 자랑하는 최고의 로맨티스트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해 말 ‘골프 황제’에서 ‘불륜 황제’로 전락한 타이거 우즈의 이야기나 얼마 전에 발표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이혼 이야기를 접하며 다시 한 번 슈만 부부를 떠올리게 되었다. 200년 가까이 사랑받고 연주되어 온 슈만의 수많은 작품들은 그의 아내 클라라를 위해 작곡되고 헌정된 곡이라는 사실만으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물론 그는 결혼 전에도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작곡했지만, 결혼 후 3년간 아내 클라라의 사랑에 힘입어 작곡에 몰입할 수 있었다. 부인 클라라는 남편과의 사별 후에도 그가 남긴 모든 악보를 편집하여 출판시켰다. 만약 그런 사랑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는 슈만의 많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듣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쇼팽과 슈만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서 그들의 아름다운 음악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이 실천되어 삶으로 연주되었으면 좋겠다.
앤드루 박 <음악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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