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엘카미노 거리에 있는 모 한식당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약속시간이 6시였는데 이미 그 시간엔 자리가 없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을 서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식당들이 속칭 ‘파리 날리는’ 썰렁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식당만은 영 딴판이었다.
경기침체라든가 경제위기라는 단어를 생소하게 느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 찼다.
마치 호황기를 맞아 돈이 넘쳐나서 주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돈을 뿌리고 다니는 모습이라면 좀 과한 표현일까? 어찌되었든 그만큼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그 시각 엘카미노 거리를 중심으로 늘어서 있는 여타 한식당은 어떠했을까?
앞에서 얘기한 그야말로 ‘파리 날리는’ 썰렁함을 보여주듯 식당 좌석의 반도 차지 않은, 아니 겨우 몇 사람만이 달랑 앉아 있는 그런 분위기가 다반사다.
들리는 말로는 손님들로 북적되는 이 식당이 북가주지역에 오픈한 한식당 중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깔끔하다고 한다.
그러나 평소 이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가 실리콘밸리 지역에 뿌리박고 사는 한인들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식당을 오픈해서 매매하는 업자가 하는 식당이란 소문이 들려서 가능한 발길을 옮기지 않던 식당이었다. 가능하면 실리콘밸리 지역 혹은 북가주지역에 생활기반을 갖고 있으면서 벌어들인 돈을 다시 이 지역 한인경제를 위해 쓰이기를 은근히 기대한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왕 오랜만에 한 발길이었기에 여타 한식당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유심히 살펴봤다.
우선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또한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 가능한 빠른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격 또한 다른 한식당에 비해 별 차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가운데서도 이처럼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사람들로 붐빌 때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SV지역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한인업주들에게는 충분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V지역 식당 업주들에게 리모델링과 종업원을 보충하라고 하면 불경기에 무슨이라는 대답이나 그럴만한 돈이 어디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 뻔하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대답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런 대답을 하는 식당 업주들에게 더 많은 부와 성공을 위해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권해본다.
또한 자신의 식당에만 있지 말고 엘카미노 거리에 위치한 다른 식당들을 한번씩 다녀보기를 권한다.
중식당도 가보고, 일식당도 가보고, 양식당도 가보라. 손님들로 붐비는 식당도 있을 것이요, 정말 한가한 식당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녀보다 보면 자신의 식당을 어떻게 꾸미고 이끌어 가야하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엘카미노 거리에 위치한 한식당들은 사실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널찍한 주차장, 근접성이 용이한 위치에 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동안은 대충 허접한 시설을 갖고도 영업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위기를 얼마나 자신을 위한 기회로 만들 것인가는 엿장수 마음대로가 아니라 식당업주 마음대로 일 것이다.
<이광희 기자> kh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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