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남가주의 어떤 신학교에서 불법운영을 자행하다가 당국에 적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학생비자 발급에 관한 서류를 해 주고 막대한 돈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학과목의 개설도 없고 수업 출석도 없이 신분유지만 하게 했다니 이런 엉터리 학교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물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까지는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되므로 일단 재판결과를 지켜보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당국의 조사결과와 언론보도의 내용이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이것은 너무도 추악한 사건이다. 배가 고파 빵을 훔쳐 먹은 장발장의 일이 전혀 아니다.
사기 가운데도 특히 죄질이 나쁜 것은 의료, 어린이, 교육, 종교와 관련된 것들이다. 인간의 생명과 운명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학교의 불법운영은 바로 교육사기와 종교사기 둘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런 불법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현직 목사라는 점에서 목사와 교회의 공신력이 또 한 번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기독교는 그간 저질 목사들이 많아 크게 비판 받아왔다. 행여 그렇게 해서 학위 받고 목사가 된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걸 어쩌랴. 신학교 경영자들이여, 제발 믿음이 겨자씨만큼이라도 있다면 이런 짓은 결코 하지 말자. 하나님이 두렵지 않은가. 십자가를 지고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다하겠다고 서약하고 목사안수를 받았을 터인데 이게 무어란 말인가.
제도적으로 고쳐야 할 것도 있다. 문제된 학교가 이사회나 교단이라는 감독기관이 있었다면 그건 막을 수 있었다. 사실 그 동안 비자와 학위를 남발하는 등 문제가 컸던 신학교들은 개인이 교주 노릇을 한 학교들이 대부분이었다.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가 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런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양약이 될 수도 있다. 1990년대 중반 필자가 캘리포니아 주정부 임명 대학평가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한인경영 대학들이 부실한 데가 많아 낯이 뜨거웠다. 왜 코리언들은 요런 정도밖에 못 하는가 개탄스러웠다.
그래도 전체평가모임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대학들을 적극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우리는 아시아식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때문에 미국의 평가기준이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을 사업체와 고객의 관계로 설정하고 시설, 제도, 운영방식을 집중 검사하는 미국식 평가보다는 교수와 학생의 인간관계를 훨씬 중시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앞으로 정책에 반영할 만하다는 뜻이다.
이제 미주한인들이 경영하는 대학교도 숫자가 많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한의과대학과 신학대학이 많다. 한의대는 잘 모르지만 신학대는 그 수준이 좀 부끄럽다. 하지만 심심하면 한 번씩 보도되는 사고뭉치 학교들도 명문대를 만들기 위한 한 과정으로 이해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미국은 대학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데도 세계적 명문대학이 많다. 대학은 보통 1088년에 설립된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을 그 효시로 꼽는다. 그러나 그보다 550년, 옥스퍼드보다 500년쯤 늦게 설립된 하버드(1636)나 예일(1701)이 훨씬 더 우수한 세계적 명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대부분 교회에 의하여 설립되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서울대학교도 세계 5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 되었고, 10위권을 향하여 몸부림치며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미주에 있는 우리 한인들이 왜 명문대학교를 창설할 수 없다는 말인가? 교회들이 명문 신학대학원을 만들고, 변호사들이 법과대학원을 창설한다면 한인이 설립한 명문대학교의 출현이 성큼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한인 가운데 명문대학의 교수도 많고, 유명 대학의 총장도 있지 않은가.
그러려면 새해에는 제발 돈 벌려고 학교를 경영하는 비교육적 행위는 완전히 근절되어야 하겠다.
이정근 / 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