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로버트 박이란 젊은이를 잘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새해 미국경제의 전망’을 쓰려고 예정한 아침에 배달된 새벽신문에 실린 그의 북한 입국기사와 다음 페이지에 나온 그 젊은이를 위한 샌디에고 교회에서의 촛불기도회 사진에서 본 그의 부모님들의 눈물을 보고 나서 자연히 칼럼의 토픽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새해 경제전망이 중요한 만큼, 또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이렇게 움직이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박이란 젊은이는 남가주 출신의 한인 2세로서 미국교회의 선교사로 중국에서 활동하다 북한인권의 실태를 알고 나서는 북한인권운동가가 되어 지금은 ‘자유와 생명 2009’ 대표로 활동한다고 신문은 전한다. 왼 손에 성경, 오른 손에는 찬송가의 가사를 쓴 종이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이북으로 들어갔다는 이 젊은이. 그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구호품이 들어갈 수 있게 국경을 열어줄 것과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을 외치며 험한 가시밭길로 들어간 것이다.
대학에 있으면서, 또 한인사회에서, 필자는 많은 한인 2세들을 만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로버트 박이란 젊은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바르게 자란 우리 미주 한인사회 도처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좋은 젊은이의 한 사람이다.
필자는 미주에서 자란 한인 청년들이 한국에서 자란 청년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때가 묻지 않았다는 많은 미주 동포들의 센티먼트에 동감하는 사람이다. 미국에서 교육받는 게 좋은 것 중 하나는, 미국 교육을 받은 한인 후예들이 수학문제 푸는 데는 한국에서 교육받은 이들에 못 따라 갈지 몰라도, 훨씬 사고에 깊이가 있고 진실하다는 점이다.
‘자유민주’란 단어가 지금 한국에서는 상당히 왜곡되어져 있고, 좌파 운동가들과 또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들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에 의해서 그 본래의 순수성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원래 자유민주란 우파에서 키워야 할 이상이었고, 4.19를 지나면서 민주진영이란 친미반미의 문제를 떠난 반공산주의의 아성이어야 했다. 그것이 그동안 이북의 주민들을 외면하고 김정일 추종세력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들이 정치세력화 하면서, 이제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유민주를 반미좌파로 연결하는 위험한 발상에 젖어 있는 것을 보는 많은 자유민주 인사들이 좌절과 실망을 하고 있는 이 시기에 나타난 샛별 같은 희망이 로버트 박이란 젊은이다.
로버트 박이란 젊은이는 혼자가 아니다. 필자는 그를 자유민주를 사랑하고,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장래를 믿고, 그리스도의 박애정신을 실천하려는 수없이 많은 우리 미주 한인사회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본다. 그의 살신성인의 젊은 열정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통일한국으로 가는 우리의 정신세계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통일한국으로 향하는 정신적인 길은 아마도 미주 한인들이, 그것도 젊은 미주 한인들이 열어줄 것이다. 로버트 박은 한 사람이 아니라, 이제 수없이 많은 로버트 박을 만들 것이고, 그들은 우리 민족의 미래에 밝은 빛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는 수없이 많아진 탈북자들을 보면서, 필자는 언젠가 이 칼럼에서 좌파정권에서 기도한 과거사 청산작업들이 통일한국에서는 지금의 좌파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 주민들의 원한 어린 과거사 청산이 될 것이라고 쓴 바 있다. 지금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통일한국에서 “당신들은 그때 무엇을 했는가” 란 북한 주민들의 질문에 대답해야 될 것이다.
로버트란 자랑스러운 아들을 가진 그 부모님들께 존경과 관심을 보내면서, 그가 무사히 돌아와 우리들 앞에 밝은 모습으로 서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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