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와 같고, 화살과 같다고 했다.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2009년 한 해를 보내며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나이에 따라 세월이 흐르는 속도도 다르다고들 한다. 20대엔 시속 20마일, 30대에는 시속 30마일, 60대가 지나면 프리웨이의 속도제한을 넘길 만큼 시간은 빠르게 달린다고 한다.
어린 시절엔 시간이 빨리 지나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어주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이치를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빠르게 지나는 시간의 화살을 손으로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한해를 정리하고, 또 다시 시작되는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2009년 한 해 동안 클래식 음악계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찾은 곳은 서점, CD와 DVD가 있는 섹션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두다멜의 취임 연주회 DVD였다. 올해, 세계 음악계를 뒤흔들어 놓은 최고의 이슈는 단연 스물일곱 살의 라틴계 지휘자 두다멜의 LA 필 입성이다. 영어도 잘 못하는 곱슬머리 남미 지휘자의 취임은 LA 시민인 우리 뿐 아니라 그의 나라 베네수엘라와 전 세계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뜨거운 관심사였다.
수많은 음반들 속에서 내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든 CD 컬렉션이 있었다. 바로 첼로하면 떠오르는 요요마(54)의 30주년 기념 박스 세트였다. 자그마치 700달러나 되는 이 CD는 최근에 내가 접한 개인 음악가의 컬렉션 중 가장 비싼 음반이었다. 협주곡, 독주곡, 실내악곡, 소품에 이르기까지 짧지 않은 그의 30년 음악 인생이 그대로 녹아있는 환상적인 전집이다.
세계적 유명 음반회사인 소니 클래식과 녹음해 온 30년을 기념해 내놓은 총 90장의 야심작으로, 올해 1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한 음악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피아니스트 임마누엘 엑스는 음반 소개 글에서 “과학이 요요마를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음악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그에 대한 찬사를 대신했다.
시작처럼 마지막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품게 만든 음반이 있었다. 지난 해 12월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은퇴한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78) 은퇴 실황 음반이었다. 20세기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피아니스트 중 한사람인 브렌델은 베토벤 작품의 정통 해설자로도 알려져 있다. 브렌델은 유고슬라비아 태생으로 17세에 데뷔했고, 1660년대 이후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녹음을 세 차례 해치우는 등 대단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뉴욕 카네기홀에서 3주 동안 여섯 번, 매번 다른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연 것 또한 대단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음반은 그가 30년 넘게 녹음한 앨범 120여 종의 마지막으로 앨범으로 기록되어 있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사람, 마지막까지 음악 속에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그 외 영향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과 그의 친구들이 낸 음반과 클래식계의 ‘스타 드림팀’처럼 등장한 랑랑(피아노), 미샤 마이스키(첼로), 바딤 레핀(바이올린)이 만든 트리오 CD도 올해 우리의 귀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음반들 중 하나다.
다가오는 2010년에는 어떤 좋은 음악이 그리고 어떤 좋은 소식이 클래식 음악계에 펼쳐질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2010년에는 더 훌륭한 한인 음악인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그리고 더 많은 한인 음악인들이 세계 음악계의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큰 바람을 가져본다.
앤드루 박 / 음악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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