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람들은 둘만 모이면 첫 이야기가 일기에 관한 것이다”라는 재담이 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도 잦아 런던 포그(London Fog)라는 우비 회사가 있을 정도로 불순한 일기 때문이었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현상은 이제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웨더 채널이라는 케이블 TV 채널이 20 몇 년 전에 출발했을 때 볼 사람이 별로 없어 곧 폐업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이 방송이 10억 달러에 팔릴 정도로 기후의 변화와 가변성은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끊임없는 관심거리다.
심지어 지구 온난화가 현 상태대로 지속되다가는 홍수와 가뭄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남북 양극의 빙하 해빙으로 뉴욕 같은 해변 도시들이 수몰되는 등 현대 문명의 공멸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주부터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에서의 갑론을박이 우리의 관심이 되고 있는 이유이다. 그 회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 중 하나는 탄소족적(carbon footprint)이다.
탄소족적은 사람들의 매일매일 생활로 배출되는 탄산가스와 기타 온실가스 배출량의 평균치를 지칭하는 말이다.
출퇴근에 사용하는 자동차의 탄산가스 배출량, 관광하느라고 비행기를 사용했을 때의 배출량 그리고 온갖 일용품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총계를 국민 수로 나누면 일인당 탄소 족적의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예를 들면 미국인들의 탄소 족적은 개발도상국 중 최빈국의 하나인 방글라데시 인들의 경우와 비교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다.
미국인의 1인당 탄소 족적은 매년 20톤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중에 탄산가스만도 10톤이라는 계산이다. 방글라데시 인의 탄소 족적은 미국인 것의 40분의 1정도도 못될 것이다.
그런데 UNFCCC 총회의 주최국 덴마크가 선진국들 사이에 돌렸다는 합의서 초안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개발도상국들과 소위 선진국들 간의 갈등이 노정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초안의 주요 내용이라는 것이 개도국들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모든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에 비해 적어도 50% 감축하는데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선진국의 1인당 온실 배출량의 허용치는 2.67톤인 반면 개도국의 경우는 1.44톤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초안이 협상 성공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개발도상국 대표들이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현재 탄소 족적이 20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40년 후의 미국 경제 활동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오는 것이라면서 특히 지구 온난화 현상 실체를 부정하는 일부 보수 정객들과 논객들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코펜하겐 협정의 비준을 교토협정처럼 비준하지 말자고 나올 개연성이 크다.
최근 영국의 관련 과학자들이 온난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는 학술지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자는 이메일을 교환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클라이멧게이트’라면서 보수 논객들은 온난화 현상에 대한 근본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한다.
일기 변화는 자연현상일 뿐이지 인간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는 주장에 더해 미국이 1990년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내려가는데 동의하면 그만큼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국익을 해치게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에는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의 이해 충돌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의미 있는 협약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들만 아전인수적인 이기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들에게도 국익 중심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세상사이기 때문이다.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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