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인들은 사상 처음 미국인들보다 차를 많이 살 전망이다. 수요가 너무 높아 인기 차종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 28세 난 실내 디자이너인 장게루는 “실망스럽지만 어쩌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친구 2명과 중국 동남부에 있는 광주 자동차 딜러에 도요타 RAV4 사러 왔다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 차뿐만이 아니다. 차에서 냉장고, 세탁기, PC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소비재의 최대 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돼 가고 있다. JD 파워의 아시아 차 시장 전망 책임자인 존 보넬은 “요즘 시장을 붐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모든 것이 풀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자동차 판매대수 미국 첫 추월
가전제품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
빚에 쪼들리고 실업 걱정에 싸인 미국이 몸을 사리고 있는 지금 중국은 마음껏 뻗어나가고 있다. 수십년간 소비에 치중해왔던 미국인들은 저축하고 있고 소비에 중독됐던 것으로 평가받던 중국인들은 쓰고 있다.
13억의 중국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마침내 큰 돈이 들어가는 물건을 사도 좋을 정도로 수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계속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베이징 정부는 보조금과 은행 융자를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중국이 소비자 사회가 되느냐 마느냐는 중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오랫동안 서방은 중국에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진작하라고 압력을 가해 왔다.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세계 무역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중국은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높여왔다. 중국은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임금과 은행 예금 이자를 낮게 책정함으로써 국민들을 가난하게 했다.
중국의 무역 흑자와 환율 조작으로 중국은 2조2,700억달러의 외환 보유고를 갖게 됐다. 그 대부분은 미국 국채나 모기지 증권 등으로 이 때문에 미국 이자율은 인위적으로 낮아졌고 미국이 돈 빌리기는 쉬워졌다. 중국의 풍부한 자금이 미국의 방탕함을 부추긴 것이다.
중국이 더 사고 미국은 더 저축을 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세계 무역이 가능하다. 어쨌든 중국의 소비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세계로 볼 때 좋은 일이다. 처음으로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세계 경기 회복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 물건에 대한 수요가 적어 그 혜택은 주로 상품 수출업자나 중국 비즈니스에 돌아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중국에서 1,280만대의 차를 팔 예정인데 거의 전부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반면 미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030만대에 불과하다. 가전제품 업자들은 1억8,500만개의 냉장고와 세탁기, 기타 주방 용품을 중국에서 팔 예정이다. 미국내 판매량은 1억3,700만개에 불과하다.
데스크 탑 컴퓨터의 경우도 3분기 중국내 판매량은 720만대인데 비해 미국은 660만대다. 인플레를 감안한 중국내 소매 판매고는 연 17%씩 늘고 있다. 경제 성장 속도의 2배다.
미국인들은 신발에서 가구, 보석에 이르기까지 소비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가구소득은 자동차 같은 고가품을 살 수 있는 문턱을 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중국 은행은 소비자 융자를 늘리고 있다. 론을 얻어 차를 사는 비율은 올해 작년의 2배인 25%에 이르고 있다. 올 9개월 동안 크레딧 카드 사용액은 작년에 비해 40%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중국 내 크레딧 카드 숫자는 8명 당 1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아이를 포함 전체 인구 1명 당 2장의 크레딧카드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생활도 안락해지고 있지만 융자를 통한 번영은 장차 문제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은행 규제 위원회는 연말까지 은행들이 융자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 모기지가 그랬던 것처럼 이처럼 막 융자를 해주다 나중에 부실 채권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규제 당국은 위험을 부담할만한 충분한 자본이 있음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은행의 해외 투자나 지점 신설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중국 소비자 시장의 크기는 중국 혼자 힘으로 세계 경제를 구해내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다. 중국 소비 지출 규모는 아직도 미국의 1/6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이 제조업 상품 판매는 늘었지만 식당과 호텔 등 서비스 산업은 약하기 때문이다. 중국 물건 가격은 서방에 비해 대체로 매우 낮은 편이다. 중국 내 새 차 평균 가격은 1만7,000달러로 미국의 3만달러보다 훨씬 싸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소형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판매 자동차 대수로는 중국이 25% 정도 미국보다 많지만 가격으로는 미국 시장이 2/3 정도 크다.
마찬가지로 가전제품의 경우도 판매 대수는 중국이 1/3 정도 많지만 전체 판매 가격으로는 미국이 1/3 정도 많다. 중국 최대 가전제품 회사인 하이어의 아시아 담당 사장인 필립 카마이클은 “중국에는 터키를 통째로 구울 만한 오븐이 없다”며 “그런 요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부문에서는 중국인들이 미국인보다 더 호사스럽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평면 TV 제조 회사인 대만의 AU 옵트로닉스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평균 평면 TV 크기는 미국보다 크다.
올 초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자 업계 관계자들은 이것이 정부 보조금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경기 진작을 위해 정부는 농촌 주민들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살 때 보조금을 주고 소형차의 경우 세제 감면까지 해줬다. 그러나 붐은 혜택과 관계없는 분야까지 퍼졌다. 10월 SUV 판매는 작년보다 72%나 증가했다. 니산의 경우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형차 판매가 소형차를 앞지르고 있다.
올 11개월 동안 자동차 판매는 전년에 비해 42%가 증가했다. 11월에는 작년에 비해 96%나 늘어나는 등 판매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달 미국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전년에 비해 37%나 줄어들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차를 살 잠재력이 있다. 저축률은 40%에 달하며 중국 정부가 은퇴나 의료 보험 등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때까지 이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연 평균 소득은 도시의 경우 2.775달러, 농촌은 840달러에 불과하지만 서방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가 향후 2년간 연 12% 성장하고 렌민비 가치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더 커질 것이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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