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보내며 올 한해 정리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본다. 집안의 묵은 때를 닦아내고, 먼지 앉은 물건들을 손질하며, 버릴 것, 기부할 것을 분류한다.
눈에 보이는 물건들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돌아본다. 지난 한해 고마웠던 분들께 작은 정성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관계가 안 좋아졌던 사람들과의 묵은 감정을 털어내는 것도 새해를 맞기 전에 누구나 생각해 보는 일이다. 일종의 감정의 청소인데 그 중 대표적인 청소가 용서인 것 같다.
듀크 대학 메디칼 센터에서 ‘용서’에 대한 연구를 했다. 누군가를 용서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신체적인 고통, 분노, 우울증에서 훨씬 낮은 수준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용서하고 분노를 풀어낼 경우 통증과 불안감을 덜 느낀다고 한다.
또한 테네시 대학의 한 연구가는 용서와 혈압, 스트레스 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용서하는 사람들은 더 낮은 혈압상태와 심장박동수를 보이며, 용서를 잘 하는 사람들은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척 열심히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이들은 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특징이 있다.
용서는 상대방보다는 나를 위한 치료제이다. 분노를 끌어안고 있는 것은 자신을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 몰아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근육이 긴장하고, 땀도 나고… 그러다가 용서를 하게 되면 말할 수 없는 편안함과 휴식이 찾아온다.
하지만 용서는 어려운 일이다. 말로는 용서했다고 하면서도 마음속에 계속 앙금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한때 나는 용서한다는 것은 나와 문제가 생긴 사람과의 관계 회복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관계는 서로가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때 회복되기 때문이다. 관계는 회복되지 않는다 해도 상대방이 부디 잘 지내기를 바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용서임을 알았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분노로 남아 있는 어떤 사람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와 내가 다시 예전처럼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여서, 화가 난 일에 그것까지 더해 무척 고통스럽던 참이었다. 더 이상 많은 시간을 상대에 대한 분노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 후 감정은 예전과 달라졌다. 훨씬 편안해졌고 잠도 잘 잘 수 있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용서를 빚지고 있다. 알게 모르게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며, 누군가는 나를 마음속에 두고 화를 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한 해가 지나는 이때에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를 용서하는 것이 꼭 해야 할 일인 듯싶다. 또한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잘못했거나 상처를 준 일들에 대해 용서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서로 서로 용서하며 마음속의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하면, 남은 2009년을 편안히 보내고 새 해를 깨끗하고 기쁜 마음으로 맞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용서는 죄수에게 자유를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그 죄수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계절에 모두가 용서의 묘약으로 새로워지는, 더 자유로운 2010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유정민 /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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