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사기 어려운 고가의 유명 상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샘플 세일이다. 하지만 샘플 세일에서 물건 하나 사려면 여간 중노동이 아니다.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보통이고, 일단 매장 안에 들어가면 말 그대로 전쟁이다. 서로 물건을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벌이기 일쑤여서 단단히 전투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된 물건 하나를 건지기가 어렵다.
창고에서 몸싸움하며 물건 고르던 건 옛말
회원제 사이트 통해 사이버 매장에서 판매
할인품목 정해진 시간에만 팔아 구매경쟁 치열
샘플 세일 매장을 누비던 샤핑 ‘꾼’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샘플 세일을 하는 온라인 사이트들이 뜨고 있다. 길트(Gilt), 뤼 랄라(Rue La La), 원 킹스 레인(One Kings Lane), 아이딜리(Ideeli), 오트룩(HauteLook) 등이다.
세일이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만큼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해도 몸싸움을 벌이는 수고는 덜어졌다. 위스컨신 대학 대학원 학생인 다니엘라 버시글리오(27)는 “문 밖에 줄서서 서로 들어가려고 싸우는 샘플 세일에 누가 가고 싶겠느냐”고 말한다. 온라인 사이트로 가면 다른 사람들과 몸싸움 할 일 없이 여유롭게 샤핑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온라인 샤핑에서 요즘 한창 번창하는 분야가 바로 이들 회원제 판매 사이트들이다. 회원제라고는 하지만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들이니 엄밀한 의미에서 회원제는 아니다.
온라인 샘플 세일은 색스 피프스 애비뉴 같은 품격을 유지하면서 홈쇼핑 네트웍 같은 분위기를 차용한다. 예를 들어 길트에서는 물품을 카트에 담고 나서 10분이 지나면 물건 살 기회를 잃고 만다.
웹 마케터이자 길트 샤핑객인 매튜 로드리게즈(29)는 이들 사이트에 가면 샤핑이 게임 같다고 말한다.
“매일 정오에 판매가 시작된다는 걸 아니까 다른 누군가가 사기 전에 내가 그 물건을 차지하려고 경쟁을 하게 되지요”
최근 그는 길트에서 클래 흰색 에나멜 운동화를 38달러에 샀다. 일반 백화점에서는 135달러에 파는 신발이다.
온라인 샘플 세일 사이트의 아이디어는 일반 백화점들에게도 인기다. 예를 들어 색스는 명품 브랜드 상품들을 24시간 한정 50% 세일을 하고 있다.
다른 백화점들은 연말연시 판촉 행사에 이 아이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샤핑의 날인 사이버 먼데이에 고급 시계 판매점 애시포드(Ashford)는 자사 사이트에서 매 두시간마다 다른 시계를 할인 판매했다. 보석 판매 사이트인 블루 나일(Blue Nile)은 12월23일까지 매일 다른 물건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세일을 하면 세일 찾는 고객들을 불러 모으는 한편 전체 물건을 대폭 할인함으로써 이윤을 깎아먹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지난 사이버 먼데이 블루 나일은 5캐럿 짜리 다이아몬드 팔찌를 오후 3시10분을 기해 다 팔았다. 5,300달러짜리를 3,950달러에 팔았었다.
회원제 세일 사이트가 뜨자 유명 투자가들이 몰리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닷 컴을 지원했던 벤처 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커필드 & 바이어스는 최근 원 킹스 레인에 투자를 했고, 길트 그룹은 메이트릭스 파트너스로부터 5,500만달러를 투자 받았다. 뤼 랄라의 모기업은 최근 GSI 커머스가 1억8,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샘플 세일 사이트는 지금의 불경기와 잘 맞는 측면이 있다. 소비자들이 꼭 필요하지도 않은 데 수천달러를 쓰자면 죄책감을 느끼겠지만 대폭 깎아 파는 세일을 찾으면 마음껏 자랑을 해 댈 수가 있는 것이다. 길트에서 최근 4,500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2,250달러에 판매한 것 같은 것이다.
경기가 최악인 시기에 시작해 바로 효과를 본 것이라고 원 킹스 레인 창업자인 수잔 펠드만은 말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샤핑을 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집에서 프라이버시를 가지며 하고 싶은 것이지요”
돈 있는 사람들이라도 블루밍데일이나 바니스 혹은 버그도프 샤핑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며 남의 눈에 띄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회원제 사이트 판매는 패션업계의 형편과도 잘 맞는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매장들이 주문량을 줄이자 디자이너들은 재고가 쌓인 것이다. 최고급 브랜드들이 볼 때 이들 사이트는 체면 구기지 않으면서 재고를 덜어내는 데 안성맞춤이다. 오버스톡(Overstock.com)이나 다른 할인점 매장에 이들 상품이 나가면 이미지에 손상이 오기 때문이다.
회원제 웹사이트는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되거나 할인 품목으로 뜨는 일도 없다. 그래서 고급 식기류 브랜드인 줄리스카는 평소에는 니먼 마커스 같은 고급백화점에서 판매하다가 재고 물품은 원 킹스 레인이나 길트, 뤼 랄라에서 판매한다.
재고품을 T.J. 맥스 같은 할인백화점에서 파는 것은 “고급 브랜드로서는 자살행위”라고 줄리스카 측은 말한다. 할인백화점으로 가면 6개월씩 진열대에 앉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물건들이 온라인 샘플 세일을 통하면 하루 판매로 빠르고 효과적이며, 품위 있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로 보면 이들 사이트는 부티크처럼 선별된 물건들을 제공, 대형 온라인 사이트 에서처럼 수천가지 물건들을 뒤지며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 사이트 운영자들이 센스 있게 물건들을 골라 올리고 고객들은 이들의 감각을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회원제 세일 사이트의 앞날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체와 매장들이 재고를 줄이면 어려움에 부딪칠 수가 있다. 그래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많은 사이트들은 고급 의류에서 취급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딜리는 의류 외에 스파와 휴가 상품을 팔고 있고, 원 킹스 레인은 의류를 아예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 길트는 티볼리 라디오, 조본 무선 헤드셋 등 소형 기계제품들을 판매하고 남성용품, 어린이 용품, 가정용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길트는 또한 젯세터(Jetsetter)라는 사이트를 개설, 여행상품을 팔고 있다. 사람들이 물건에 대한 욕심이 있는 한 할인을 찾게 되고 그렇게 되면 회원제 사이트는 운영이 된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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