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여. 60세. 호주 태생. 스피치 강사. 필라테스로 단련된 20대 못지않은 몸매의 미모.
A:남 38세. 독일 태생. 엄청난 근육질의 체격. 할리웃 배우 및 바디빌딩 강사. 전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 수석 요리사.
C:남 27세. 흑인. 눈빛이 살아있는 배우 지망생. 이발사.
P:남 45세. 백인. 세련된 외모. 할리웃 캐스팅 에이전시 사장.
B:여 44세. 러시아 태생. 바이올린 연주자 겸 교습자.
V:남 38세. 우크라이나계. 치과 의사.
D:여 25세. 페르시아계. 미대 졸업. 현 직업은 라이프 코치.
R:남 48세. 영국 태생. 미국 거주 8년차. IT 컨설턴트.
L:여 37세. 백인. 초등학교 교사. 작가 지망생. 자그마한 체구. 30파운드 감량에 성공.
S:여 35세. 유태계. 파티와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개인 사업가
일주일에 한번씩 모이는 리더십과 연설 능력 계발을 위한 모임에서 만나는 이들이다. 50명 정도의 회원 중 몇몇인데 정말 다양하다. 나이도 직업도 인종도. 사실 그들의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내가 대략 짐작해서 적어 본 것이다.
현재 그들이 하는 일들도 다양하지만 다양한 직업들을 거친 그들이 살아온 인생은 더욱 다양하다. 출신 국가들은 다양하지만 이들 모두 미국 시민권을 지닌 미국인들이다.
가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묻곤 한다. 미국에 사는 게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좋으냐고. 물론 그 대답은 미국 어디에서, 무얼 하며, 얼마나 살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어디에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므로 어디가 더 좋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나 교육제도는 미국이 한국보다 앞서며, 전화, 케이블, 인터넷, 건강보험 등의 사회 공공 서비스는 한국이 낫다. 이런 객관적인 것들은 누구 봐도 쉽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인정하는, 미국이 한국보다 나은 점은 바로 삶의 ‘다양성’이다. 저들 속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개개인의 삶의 모습 말이다.
한국에 산다고 해서 삶이 획일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어디에 살든, 개인의 삶은 다양하다. 개개인의 경험과 삶의 굴곡들은 다른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개인 고유의 삶이다.
내가 말하는 다양성은 그저 남과 다른 삶이라는 이질성이 아니다. 다양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과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자신과 타인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 그런 삶의 다양성을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하던 소년이 26세에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쿡킹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계 일류 호텔에서 수석 요리사로 일하다가 배우를 하겠다고 그만둔 후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또 단역 배우로 살아가는 A. 만약 한국에서였다면 그가 지금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은 못할 것이다.
나의 멘토인 60세의 J. 빨간 립스틱과 야한 옷이 잘 어울리는 그녀. 어떤 일이든 나서서 열심히 하는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다. 그녀가 한국에 있었다면 나이 먹어 주책이란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라면 우선 왜 결혼 안하느냐는 질문을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위에 나열한 10명 중 기혼자는 3명뿐이다.
삶에서 방향성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걸음걸이일 필요는 없다. 때론 그 옷과 걸음걸이가 나를 규정지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 갈 길을 가는 것.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격려를 주고받으며 힘이 되어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회와 문화 속에 수용되는 것. 내가 그리고 한국이 배웠으면 하는 미국이다.
김진아 / 캠벨 이웰드 시장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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